스프링캠프서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 타자들 당황
투수들 미소 띨 만큼 타자에게는 고민 깊어져
갑작스러운 변화에 따른 시비와 혼란 피하기 어려울 듯
확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을 체험한 타자들은 탄식을 내뱉고 있다.
코로나19 위협 속에도 스프링캠프가 반환점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타자들은 바뀐 스트라이크존을 겪은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지난 시즌이라면 볼 판정을 받아야 할 공에 연속적으로 스트라이크 콜이 터져 나왔다. 삼진을 당한 타자들은 심판과 미트만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게 스트라이크?’ , ‘너무 높지 않나’라는 표정으로 입을 벌린 채 한동안 타석을 벗어나지 못했다.
KBO 심판위원회가 각 구단의 스프링캠프지를 찾아 바뀐 스트라이크존을 설명한 만큼 어느 정도 예상한 혼란이다. 그럼에도 바뀐 스트라이크존이 적용된 판정을 받은 타자들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연습경기를 마친 뒤 “그 공을 잡아주더라”며 바뀐 스트라이크존에 미소를 띤 투수들도 있었다. 그만큼 타자에게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KBO는 지난해 10월 "야구팬들에게 더 깊은 재미를 전달하고 더 신뢰받는 리그로 발전하기 위해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판정 평가 기준을 개선한다"며 "2022시즌부터 각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판정을 좌우 홈플레이트와 각 타자의 신장에 따른 존의 정확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심판의 엄격한 판정 시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지는 성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식 야구규칙의 스트라이크존을 최대한 활용해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은 위쪽과 양옆으로 크게 넓어진다. 좁은 존에 익숙해졌던 타자들은 멀거나, 좁다고 느낄 수 있다. 투수들은 볼로 판정됐던 것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받을 수 있다. 변화구가 높게 형성돼 높은 존에 들어가도 스트라이크 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타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트라이크존에 변화에 따른 타자와 벤치의 항의도 격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심판위원회는 “타자가 헬멧과 방망이를 던지면 퇴장, 벤치의 어필도 경고 이후에는 곧바로 퇴장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야만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타자들의 적극적인 공격으로 경기시간도 단축될 수 있다는 것도 스트라이크존에 손을 댄 배경 중 하나다.
정규시즌이 시작되지 않은 지금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타자들이 날카롭게 반응하면서 퇴장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거친 베테랑 추신수는 "일단 룰이 바뀌었으니 따라야 한다"면서도 "갑자기 바뀐 스트라이크 존에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와 심판들도 힘들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중요한 규칙이 바뀔 경우 먼저 마이너리그에 도입해서 차질이 없는지 변화에 대한 문제가 없는지를 충분히 검토한 다음 제도를 바꾼다"고 꼬집었다.
케이블 스포츠채널의 한 해설위원도 “퓨처스리그에서 먼저 테스트 한 뒤 KBO리그에 적용해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매일 논란 속에서 경기를 치르게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KBO 심판위원회는 라이브피칭과 연습경기 때 바뀐 스트라이크존에 따라 판정을 하면서 적응을 도울 예정이지만, 올 시즌 스트라이크-볼 판정 시비 문제는 불거질 수밖에 없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따른 대가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