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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가격 계속 오르나…서방 vs 러시아 '강대강' 충돌


입력 2022.03.01 06:00 수정 2022.02.28 16:32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미국 등 서방 동맹국, SWIFT 결제망 퇴출등 금융 제재로 러시아 압박

러시아, 핵무기 카드로 '맞불'…국제유가 150달러 '고공행진' 전망

車·정유·석화, 수요 위축에 따른 수익 감소 전망…대금 미회수 우려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뉴시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속속 실행되자, 러시아 역시 핵무기 카드를 꺼내드는 등 초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당분간 국제유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주요 글로벌 전망 기관들은 이대로 간다면 원유 가격은 많게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진단한다. 정유·석화·철강 등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산업계는 수요 위축으로 인한 수익 감소를 우려하는 한편 러시아산을 대체할 공급처를 찾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 일부 은행을 선별해 전면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SWIFT는 세계 200여 개국 1만1000여 개 금융회사가 돈을 지급하거나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전산망으로, SWIFT에서 차단되는 국가는 무역, 외국인 투자, 송금 등에서 타격을 입게 된다. 러시아 자금을 묶어 국제 금융시장에서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다.


서방의 제재에 러시아도 곧장 핵무기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격)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핵 억지력 부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는 러시아 전략로켓군 등 핵무기를 관장하는 부대를 말한다.


업계는 서방 동맹국이 SWIFT 결제망 퇴출과 러시아 은행 등에 대한 제재 발동 등 '금융 핵폭탄'을 던지자, 러시아가 진짜 핵폭탄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라고 진단한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가 '강대강' 대립을 지속하면서 원자재 가격에 불똥이 튀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 24일 장중 한 때 105.75달러까지 올랐고, WTI(서부텍사스유) 선물 가격도 9% 이상 치솟으며 100.54달러를 나타냈다.


이번 사태가 원유 공급 차질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JP모건은 양국을 둘러싼 갈등이 공급 쇼크로 이어질 경우, 올 1분기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컨설팅 업체인 리스태드 에너지는 "브렌트유 가격이 6월까지 배럴당 13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면서 "혼란이 현실화될 경우 더 치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올 여름까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천연가스 역시 덩달아 뛰고 있는 상황이어서, 원유 소비를 부추겨 유가를 더욱 밀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아시아 천연가스 가격을 배럴로 환산하면 150달러가 넘는다"면서 "원유 보다 높은 가스 가격은 원유의 소비를 증가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원유와 가스 모두 연중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OPEC 등에서 별다른 증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원유 가격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간) OPEC과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오는 2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기존 생산정책을 유지할 계획임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통해 증산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러시아가 OPEC+의 주요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에 미국, 일본 등은 유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방안으로 비축유 방출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비축유를 방출하더라도 유가 강세는 당분간 불가피하며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러시아와의 거래 타격으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의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산업별 영향 점검' 보고서는 자동차 업종의 경우, 러시아 경제 위축으로 인한 신차 구매 감소, 수출통제로 인한 판매가능 재고 부족 등으로 러시아 시장 판매 둔화를 예상했다.


아울러 해외 부품 조달 제약으로 현지법인 가동률이 저하될 수 있으며, 러시아 루블화 약세, 원부자재 가격 상승 및 물류·공급망 경색 가능성도 부담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부품업종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공급망 경색 등 수익성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정유업계는 원유 가격이 너무 올라 제품 가격이 급등하면 수요가 위축돼 정유사들의 마진(제품-원유 가격차이)이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석화업계는 러시아산 나프타 대체분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석화 산업의 주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돼 나오며 평균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나프타 비중은 70%를 웃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산 나프타 수출 제한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나프타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러시아산 대체분을 찾게 된다면 그만큼의 시간·비용 부담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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