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중단 및 임상 국가 변경 늘어
국제사회 러 제재로 국내 기업 수출 '불똥' 튈 수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일부 제약 기업들의 임상이나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원료 수급이나 의약품 수출, 임상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 강도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행보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의약품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수출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주요 수입국은 중국, 인도, 러시아, 스페인, 스위스 등으로 한국과의 거래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러 의약품 수출액은 1073억원이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출액은 220억원에 그쳤다.
다만 의료기기 업계는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은 중국, 독일, 미국, 일본에 이어 5위로 의료기기 수입 점유율이 높다. 2020년 기준 2300만불(약 277억원) 상당의 의료기기를 한국에서 수입했다. 러시아 역시 2020년 기준 2억3000만불(약 2772억원)에 달하는 의료기기를 한국에서 들여왔을 정도로 수입 비중이 높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임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의 임상 3상 진행 계획을 승인받은 종근당은 상황에 따라 다른 국가로 임상 국가를 변경하겠다는 방침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서 단독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8개국 경쟁 등록 시스템이기 때문에 임상 진행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인도나 브라질 등으로 임상 국가를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다국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임상 대상 국가에 우크라이나가 포함돼 있다. 회사 측은 현재 투약을 모두 마쳤기 때문에 임상에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풍제약도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정' 임상 3상 대상 국가에서 러시아를 제외하고 콜롬비아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거나 진출을 논의 중인 GC녹십자, 한미약품, 대원제약 등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원제약이 개발한 신약 '펠루비'가 지난달 러시아에서 허가를 받고 공식 진출을 앞뒀고, 한미약품은 러시아에서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을 판매 중이다.
러시아 시장 개척에 가장 앞장서 온 GC녹십자도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러시아 의약품 수출 기업 가운데 GC녹십자의 점유율이 67.5%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서 임상을 진행하거나 수출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 꽤 있어서 사태가 장기화되면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료기기 업체들의 경우 해외시장 중에서도 나름 큰 시장 중 하나인 러시아 수출길이 막힐까 우려가 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