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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對러 늑장제재에 한국기업들 ‘발 동동’


입력 2022.03.03 17:47 수정 2022.03.03 17:58        박상인 기자 (si2020@dailian.co.kr)

정부, 3일 미국 상무부와 FDPR 대면 협의

기업들 부품 공급·해상 물류망 차질 우려

정부 “FDPR, 일반 소비재 예외가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뉴시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게 서방세계의 제재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대(對)러 수출 통제를 위한 해외직접제품규제(FDPR)를 꺼내들었는데, 동맹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예외 대상에서 빠지면서 피해가 예상되는 한국 기업들은 발만 동동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으로 보내 상무부와 FDPR 적용 면제를 두고 대면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2일 드미트로 쿨레바(Dmytro Kuleba)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대(對)러시아 제재 등 국제사회의 노력에 우리나라도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FDPR은 미국 외 국가 기업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와 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해당 제품을 수출하려면 미국 상무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다. 지난달 24일 대러 수출 통제가 내려졌다. 단, 미국의 대러 제재 수준에 준하는 제재를 스스로 적용한 나라에는 FDPR 적용에 예외를 둬 미국이 아닌 자국 정부에 수출 신청을 해 심사를 받게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이같은 물결에 주춤거리면서 결국 FDPR 적용 예외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이 같은 결과로 기업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FDPR 예외 대상 발표 후 대러 제재를 발표하면서 ‘뒷북’을 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러시아 현지에 공장을 운영 중인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구르고 있는 상황이 됐다. 혹시 부품 공급이나 해상 물류망 등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는 것이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 전략물자관리원 러시아 데스크에서 러-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우리 기업의 수출 및 투자와 관련된 불확실성 최소화를 위한 대응현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각각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차는 글로벌 물류 차질에 따른 부품 부족으로 인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오는 5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힌바 있다.


특히 FDPR 적용 범위가 전자(반도체),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센서·레이저, 해양, 항법·항공전자, 항공우주 등 7개 분야에 관한 세부 기술 전부에 해당해 규정이 불명확한 점도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대목이다.


상무부 통제리스트에 등재되지 않은 일반 소비재는 원칙적으로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최종 용도가 군용인 경우에는 소비재에도 FDPR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원칙적으로 소비재에 해당해 FDPR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반도체가 탑재된데다 러시아에서 스마트폰을 수입한 뒤 군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미 상무부에 사전 허가를 받아야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0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 회의 겸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이같은 우려에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 회의에서 “스마트폰·완성차 등 FDPR 적용대상이라 하더라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재로서 군사관련 사용자로의 수출이 아닌 한 예외에 해당한다”면서 “러시아 주재 현지공장으로의 수출은 미국의 거부원칙의 예외로 사안별 심사를 통해 허가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FDPR 예외국으로 인정한다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신중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의 휴대폰, 세탁기 등 소비재가 미국 FDPR 수출 제재 대상 품목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미국의 답변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정부의 늑장대응에 아직 FDPR 예외국 인정 협의 결과가 안갯속인 부분이 변수로 꼽히는 이유다.


이 차관은 “한국이 면제국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기업의 대러 수출이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다만 수출 허용여부에 대한 권한을 면제국 정부가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인 기자 (si2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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