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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신승(辛勝)의 뼈아픈 복기(復棋)


입력 2022.03.13 02:02 수정 2022.03.11 19:53        데스크 (desk@dailian.co.kr)

너무 늦은 尹-安 단일화, 상대편에 위기의식과 배신감 유발

男만 보고 女는 무시 젠더 갈등, 20~50대 여성 표 이재명에 헌납

보수층 사전투표 저조…하루 빨리 해소해야 할 자멸적 거부감

한국 사회에서 김칫국부터 마시면 망하는 건 불멸의 진리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감사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석열의 당선이 확정된 날 단연 화제가 된 뉴스는 청와대 여성 대변인의 울음 소동이다.


그녀는 대통령 문재인의 대선 메시지를 읽던 도중 ‘낙선한 분과 지지자들께’ 대목에서 느닷없이 울어버렸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의 석패 감정이 되살아나 서러움이 복받쳐서였을까?


박경미(58)는 무려 서울대-미국 일리노이대 수학교육학 박사 출신의 김종인 키즈(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 비례대표 스카우트)다. 이 시대 한국 진보좌파 엘리트(소위 강남좌파)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성은 없고 감성만 넘친다. 더구나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하는 청와대의 입이 아닌가?


서울 서초을 공천을 받기 넉 달 전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연주하며 ‘문재인의 (은근한) 성정(性情, 성품과 감정)과 닮았다’는, 아부성 곡 해석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됐던 그녀의 ‘오열’이 세상이 바뀐 걸 상징하는 대내적 장면이었다면, 尹-바이든 통화는 대외적 상징이었다. 한미동맹 복원과 강화를 원하는 갈증이 읽히는 이 전화는 더구나, 미국 측의 요청으로 예정보다 더 일찍 이뤄진 것이었다고 한다.


세상이 바뀌긴 바뀌었는데, 그 바뀐 드라마의 표 차이가 ‘미스터리’다. 빗나간 여론조사와 소름 돋는 출구조사의 괴리가 너무 커 의문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이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 필자를 포함해 보수우파 진영 거의 모든 논객들이 선거 끝나자마자 고해성사를 하고 있다.


“제 생각과 예측이 틀렸습니다. 사과합니다.”


이러한 반성은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 그리고 중도와 야권 정치 선거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나같이 윤석열의 3~8%, 많게는 10% 이상 우세를 내다봤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깜깜이 기간에 실시된 투표일 직전 여론조사도 尹의 낙승을 예고했다.


낙승(樂勝), 압승(壓勝)이 신승(辛勝)으로 바뀐 데는 우선 여론조사 기관들의 난립과 부실이 문제다. 자고 나면 서너 개 조사 결과들이 쏟아진다. 가히 여론조사 홍수다.


이들이 못 잡아낸 것 중에 가장 큰 것이 ‘샤이 이재명’ 표의 반란이다. 이재명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후보는 좀 뭐하다’는 여론이 여야 콘크리트 지지층 외 사람들 사이에서 많았던 인물이었다. 망설이던 이 중도층의 뇌관을 건드린 게 윤석열과 안철수의 단일화였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안철수와 윤석열 사이를 방황하고 있었는데, 선거 일주일 전에 사퇴해버리자 우향우 대신 좌향좌를 선택한 것이다. 배신감의 작용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재명 지지를 떳떳하게 해주는 핑계 거리를 제공했다.


이것은 ‘안철수 아니었으면 졌다’는 시각과는 좀 다른 추론이다. 결과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것. 단일화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그 시기가 너무 늦어 조정 단계 없이 즉발(卽發)적인 반사작용이 바로 투표로 표현됐기 때문이다.


한편 골수 진보좌파들은 위기의식으로 똘똘 뭉쳐 저쪽의 단일화 효과보다 더 큰 표 결집을 만들어냈다. 호남과 수도권(인천 경기) 호남 출신들이 그것을 주도했다. 그전의 여론조사들에서 보인 30%대 후반~40%대 초반 정권 유지 및 문재인 국정 지지 의견보다 훨씬 많은 47% 득표율이 그래서 나오게 됐다.


남자만 보고 여자는 무시한 젠더 갈등으로 여성 표를 이재명에 헌납해버린 것도 국민의힘, 특히 남녀 세대 분리론자인 대표 이준석이 비판받을 대목이다. 갈라치기 전략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이 갈라치기로 자멸하지 않았는가?


20대 이하 남자들은 59% 대 36%로 가져왔지만, 여자들은 20대 이하 58% 대 34% 포함 30~50대에서도 크게 잃었으니 정말 멍청한 장사였다. 윤석열은 이준석의 분탕질과 홍준표의 불복, 김종인의 쿠데타 기도 후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선동적이고 신중치 못한 7자 공약을 뜬금없이 들고 지지율 반등을 시도했다.


처음엔 성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여성 유권자들의 반감을 그들은 깊이 읽지 못하고 자족했다. 지지율이 그전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지지는 그러나 이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흔들림은 김혜경의 법카 소고기 쇼핑에도 흔들리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정부의 코로나 정치 방역도 야당 지지 표를 잠재우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투표율이 지난 대선에도 못 미친 건 이것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문재인-홍준표-안철수 대결은 승패가 뻔 한 것이었다. 이번은 진보 정권 교체 대 연장이라는 ‘세기의 대결’이었다. 그럼에도 고령층의 코로나를 의식한 자발적 기권 또는 (복잡하고 부실한 선거 관리 등으로 인한) 타의에 의한 포기가 저조한 투표율을 나았다.


이 대목에서 국민의힘은 자멸적인 4.15 총선 트라우마에서 조속히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이 지적되어야 한다. 당 대표까지 지낸 황교안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사전투표 불참을 호소,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한 게 이 당의 칙칙한 단면이다. 사전투표를 많이 했으면 투표율도 높아졌을 것이고 개표 결과도 역전 같은 것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리드를 유지, 편안하게 이겨 일찍 잠들 수 있었을 것이다.


뼈아픈 복기(復棋)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여론조사를 믿고 샴페인 병마개를 일찍 딴 경박한 행동이다. 신중해서 밑질 게 없는데도 말이다. 밴드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 여론조사 우세 후보에 편승하려는 심리)를 노렸다는 건 그 발설자의 선거 운동 기여도 과시 욕구를 숨기는 변명이다.


한국 사회에서 김칫국부터 마시는 건 불멸의 진리로서 언제나 금기이며 큰일을 그르치는 지름길이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릴 뻔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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