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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수수께끼에 대한 탐구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입력 2024.10.19 14:07 수정 2024.10.19 14:07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사랑의 탐구’

“사랑이란 말은 너무 너무 흔해. 너에게만은 쓰고 싶지 않지만, 달리 말을 찾으려 해도 마땅한 말이 없어, 사랑해, 사랑해, 너를 사랑해...” 한 때 유행했던 유행가 가사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너무 흔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진짜 의미나 본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개봉한 영화 ‘사랑의 탐구’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감정 중 하나인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철학강사 소피아(마갈리 레핀 블론도 분)는 자비에(프란시스 윌리암 레움 분)와 10년 넘게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편안한 일상, 안정적인 경제활동, 훌륭한 부모님 등 그들의 삶은 누가 봐도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없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부부지만 두 사람의 관계엔 더 이상의 어떤 짜릿함도 없다. 어느 날, 소피아는 별장 수리를 위해 인테리어 시공업자인 실뱅(피에르 이브 카디날 분)을 만나게 되고 자신과는 모든 면에서 정반대인 그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지적인 대화는 잘 통화지만 지루한 자비에와는 너무나 다른 실뱅에게서 소피아는 사랑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


영화는 여성의 심리를 꽤뚫는다. 소피아와 자비에 부부는 중상류층 출신으로 두 사람은 학구적이며 대화도 잘 통하고 서로에게 다정하다. 그러나 소피아에게 남편은 지적으로 정서적으로는 만족감을 주지만 육체적인 이끌림은 없다. 40대의 여성에서 육체적 쾌락은 정서적인 부분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다. 안정적 궤도에 있지만 권태와 결핍을 느끼는 소피아는 실뱅을 만나 본능에 충실한 치명적인 사랑을 한다. 왜, 불안정한 선택을 하는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모니아 초크리 감독은 40대 여성의 심리를 꿰뚫듯 정신과 육체적 사랑에서 갈등하는 여성의 심리를 주인공 소피아를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사랑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사랑에는 이성이 필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사랑은 본능과 감정의 이끌림만 있을 뿐 이성이 개입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이며 논리로 납득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이 사랑인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랑은 안정적이며 믿음과 신뢰로 충만한 이성적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감정적이라고 하지만 사랑할 때는 본능적으로 돈, 지위, 학벌 등으로 상대방의 능력과 가치를 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진정한 사랑의 본질은 알 수가 없다. 영화에서는 사랑을 여러 다른 시각에서 탐구하지만 결국 정답은 없고 각자 자신에 맞는 사랑만이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어필한다.


기존의 전형을 벗어난 연출과 촬영기법도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 ‘사랑의 탐구’는 캐나다의 그레타 거윅이라는 평가와 칸의 총애를 받고 있는 감독 겸 배우 모니아 쇼크리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모니아 쇼크리는 이번 작품에서 적당히 예술적이면서 적당히 도발적인 로맨스의 전형을 탈피한 연출을 선보였다. 또한 주인공 소피아의 친구인 프랑스아즈로 출연해 다재다능한 재능을 펼쳐 보였다. 더욱이 영화 ‘그을린 사랑’과 ‘마미’ 등을 촬영한 앙드레 튀르팽이 촬영을 맡아 특유의 감각적이고 세련된 카메라 움직임과 신비로운 영상으로 관객의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영화는 제76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을 시작으로 제96회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제48회 토론토영화제 초청, 제48회 세자르상 외국영화상 수상 등으로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


우리 사회는 사랑이 메말라가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경쟁이 심해지면서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다. 이는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나혼자 사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원래 남녀 간의 사랑은 감성적이어야 하지만 점차 이성적인 부분도 커지고 있다. 사랑은 사회적, 경제적 여건과 연령대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영화 ‘사랑의 탐구’는 40대 여성의 일탈을 통해 우리에게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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