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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시대면 어떻고 용산 시대면 또 어떤가?


입력 2022.03.18 02:02 수정 2022.03.18 07:01        데스크 (desk@dailian.co.kr)

핵심은 청와대 안 들어가고 제왕적 대통령 탈피한다는 것

구권력은 배 아파서 트집 잡고 지지자들은 지나친 걱정

김부겸 유임 카드에도 “이러려고 정권교체했나?”

그럼 국무총리 한 자리 먹으려고 어렵게 정권 잡았는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광우병 난동’ 대선 불복으로 이명박은 초장에 골병이 들었다. 박근혜는 ‘세월호 7시간’ 포격으로 침몰했다.


이명박은 정동영에 무려 23% 포인트 많은 득표로 대승한 대통령이었고, 박근혜는 문재인에 4% 포인트 차였지만, 과반(52%) 득표를 한 ‘완전한’ 대통령이었다. 윤석열은 불과 0.73% 포인트 차로 간신히 당선됐다.


그렇다고 윤석열이 ‘불완전한’ 대통령이고, 진보좌파들의 대선 불복 준동에 취약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최소 표차’를 자꾸만 강조하는, 곧 나가는 대통령 문재인과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위안을 삼고 있는 이재명 지지자들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한다.


대통령 당선자 윤석열은 이명박, 박근혜와 결이 전혀 다른 사람이다. 왜 다른지에 의문을 갖는 독자들은 그의 지난 국회 답변들과 선거 유세 등을 당선이 된 이제 와서 다시 들어보면 깨닫게 될 것이다.


윤석열은 ‘국민’이란 말을 아주 많이 쓴다. 국민만 생각하며, 국민을 최고의 ‘빽’으로 두고 대통령 직을 수행하겠다는 그의 확고한 의지가 읽힌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쇼도 체질적으로 싫어한다. 윤석열에게 국민은 전부다.


그런 윤석열이 청문회를 피하기 위해 김부겸 현 총리를 유임시키는 걸 검토한다? 그는 청문회 따위를 무서워할 사람이 아니다. 인사 검증을 철저히 해서 흠 거의 없는 유능한 사람을 골라서 내놓았는데, 야당이 180석을 무기로 반대하면, 누가 여론의 승자가 되겠는가? 초등학생도 답을 알 질문이다.


윤석열 자신의 구상인지 소위 윤핵관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른다. 누가 먼저 생각을 했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도망가는 비겁한 발상은 아닐 것이다. 쓸데없는 소모전을 정권 초기에 벌여서 이쪽은 힘이 빠지고 저쪽은 사기가 올라가게 할 필요는 없다는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본다.


김부겸은 또 세평이 나쁘지 않은 사람이다. 윤석열과 개인적 친분도 있다. 대구 출신으로 처음 정치는 한나라당에서 시작했다. 민주화 운동 경력과 정당 ‘호적’이 국민의힘 원희룡과 비슷하다. 그를 한나라당에 끌어들인 이가 바로 김부겸이다.


원희룡은 이런 인연도 있어서인지 보도 당일 한 방송에 나와 이렇게 반색했다.


“허를 찌르는 아이디어다. 가슴이 뛴다.”


윤석열 당선의 일등공신 중 또 한 사람인 국회부의장 정진석도 환영했다.


“협치는 말로만 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민주당 출신 인사를 총리에 앉히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당에서는 이렇게 박수를 치는데 당 밖 보수우파 진영의 일부 논객들과 극렬 지지자들은 서운함과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이러려고 정권교체했나? 청문회가 그렇게 무섭나?”


소아적 사고다. 어찌 이렇게 대범하게 판을 보지 못하고 고작 국무총리 한 자리에 목을 거는가? 김부겸 카드는 그렇게 해서 광고 풍선으로 오르다 바람이 빠져 일단 땅바닥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金 유임 반대 미디어들과 지지자들에게 필자는 이렇게 일갈해주고 싶다.


“그럼 기껏 총리 자리 하나 먹으려고 정권 잡았나?”


저들의 국무총리 인사 청문회 대첩(大捷) 한 판을 결방(缺放)시키는 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고, 소득이 막대하다. 야당 의원들과 친진보좌파 방송, 신문, 유튜브 매체들이 악마의 편집 같은 막강한 특기로 공격해대면 48% 이재명 지지자들은 무조건 그것을 믿고 악다구니를 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윤석열의 새 정부 초기 어젠다들은 MUTE(음소거) 상태로 빠져버린다. 윤석열이 이명박, 박근혜처럼 물렁하고 겁이 많아서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더라도 정국은 시끄러운 격랑 속에 묻혀 중대사들의 진전이나 소통에 급브레이크가 걸리게 된다.


물론 김부겸이 그런 제의를 정식으로 받게 되면 난처해서 강하게 거절할 것이다. 본인이 통합 정부의 일익을 맡겠다는 신념이 확고하다면 모르지만……. 그렇더라도, 밑져야 본전, 진정성을 갖고 추진하면 혹시 아는가? 일거다득인 ‘신의 한 수’를 미리 접어버릴 필요는 없다.


총리 인사와 함께 떠오른 인수위 양대 이슈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양 진영 모두 난리다. 구 권력은 자기들이 하려다 슬그머니 청와대에 눌러앉은 것을 윤석열이 거침없이 밀어붙이자 배가 아픈 모습이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박수현은 “국민과의 소통은 지리가 아니고 진심의 문제다”고 했다. 그럼 대통령 문재인은 진심으로 소통해서 민주화 이후 최소 기자회견 수를 기록했나? 그야말로 소가 웃을 소리다.


보수우파 쪽에서는 광화문까지는 괜찮은데 왜 용산이냐고 불만이다. 용산은 임오군란 당시 청나라 군 주둔지, 청일전쟁 후 일본군 본부, 6.25 후 미군 기지가 자리 잡은 ‘외세의 상징’이라는 우국지사적(?) 개탄도 나온다.


MIT 박사 김진애는 청와대 안 들어가고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건 ‘민폐’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김어준은 “선제타격을 위해 군사 시설로 들어간다”고 ‘공갈’을 쳤다. 여야 공히 걱정도 팔자고 트집 잡기에 혈안이다. 중요한 건 구중궁궐(九重宮闕)에 안 들어간다는 의지다. 그리하여 국민과 더 가깝게 지내면서 제왕적 대통령을 탈피하겠다는 것. 이게 핵심이다.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고 어디를 안 가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청와대 아니면 기본적으로 다 좋다. 그 후보지들 중에서 경호, 예산, 시민 교통 불편 등을 고려해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광화문 시대면 어떻고 용산 시대면 또 어떤가?


윤석열은 정직하고, 깜짝 인사 같은 것도 안 하면서 국민만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려면 반대 세력의 트집과 발목 잡기에 굴하지 말되 아군 여론 주도자들의 지나친 걱정, 투정도 잘 이겨내야 한다.


그런 사람들 말고 국민만 보는 것이 정답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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