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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제네시스 GV70 전기차 "부스트! 10초 동안 다 덤벼!"


입력 2022.03.20 07:00 수정 2022.03.17 18:4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내연기관차 뛰어넘는 우월한 퍼포먼스

급회전 구간에도 흔들림 없는 탄탄한 하체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주행 모습. ⓒ현대자동차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전환하자 시트 등받이가 마치 버킷시트처럼 양 옆구리를 조이며 달릴 준비가 됐음을 알려준다. 핸들 중앙 하단의 부스트(Boost) 버튼을 누르자 전기모터의 출력을 보여주는 표시계 최상단의 봉인이 해제됨과 동시에 ‘10’이라는 숫자가 뜬다. 이 10초의 시간 동안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EV)은 완전히 다른 차가 된다.


지난 17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 제네시스 GV70 EV를 타봤다. 시승 코스는 스타필드 하남 야외주차장에서 경기도 가평군 제빵소덤 대성리점을 오가는 왕복 약 116km 구간이었다.


초창기 전기차는 어떻게 굴러가건 한 번 충전해 최대한 멀리 가는 게 미덕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환경 보호를 위해 내연기관차의 부릉거림을 포기한 이들도 달리는 재미까지 포기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가격 7000만원을 넘는, 그래서 보조금 절반을 포기한 전기차라면 더욱 그렇다. ‘전기차 임에도 불구하고’ 달리기 성능이 꽤 좋은 수준이 아니라 ‘전기차라서’ 월등한 퍼포먼스를 제공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


제네시스 GV70 EV는 그런 숙명을 안고 태어났다. 가솔린 GV70의 럭셔리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보다 더 잘 달려야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일반적인 주행 상황(컴포트, 에코 주행모드)에서의 GV70 EV는 얌전하다. 귀족 제네시스 집안의 자제답게 가속을 하건 감속을 하건 방정떨지 않고 느긋하고 부드럽게 반응한다. 뒷좌석 승객이 선호할 만한 세팅이다. 럭셔리 SUV다운 조용함과 안락한 승차감도 갖췄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계기판이 붉게 물듦과 동시에 숨겨져 있던 야성이 깨어난다.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뒤통수에 충격이 올 정도로 민첩하게 반응한다. 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던 차가 바로 눈앞에 있어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정도다.


전기차의 특성상 급가속에도 엔진음이 없는데다 고속주행시 차체 떨림이 없어 체감 속도와 계기판이 보여주는 속도간 괴리감이 크다. 가속페달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해 일반적인 주행상황에서는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시켜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부스트 모드까지 더해지면 GV70 EV는 ‘조용한 야수’로 돌변한다. 기존 320kW의 최고출력을 10초간 360kW까지 끌어올려주는 기능이다. 제원상 부스트 모드 적용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이 4.2초라고 하지만 체감은 그보다 짧게 느껴진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부스트 모드를 켠 상태의 클러스터 모습. GV70 전동화모델 퍼포먼스 라이브 영상 캡처.

사실 부스트 모드의 진가는 정지 상태에서 급출발보다는 시속 100km에서 그 이상으로 가속할 때 발휘된다. 고배기량 가솔린차가 비명을 질러대며 한껏 rpm(엔진회전수)을 끌어올려 할 일을 GV70 EV는 너무 손쉽게 해낸다.


평시 동력성능을 10% 이상 봉인해놓고 부스트 모드로 해제하게 만든 것은 전비(전력소비효율) 문제도 있겠지만, 안전문제 또한 고려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굳이 필요하면 부스트 모드를 몇 번이고 연속으로 사용해도 차에 무리가 가진 않지만, 정상 주행하다 한 번씩 부스트 버튼을 눌러 ‘10초의 행복’을 만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주행 모습. ⓒ현대자동차

GV70 EV의 또 다른 진가는 와인딩 코스에서 느낄 수 있다. 쉴 새 없이 급커브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GV70 EV는 차체 쏠림 없이 안정감 있게 바닥을 찍어 누르며 달린다. 전고와 지상고가 높은 SUV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하체가 탄탄하다.


차체 하부에 묵직한 배터리를 장착해 무게중심을 낮춤으로써 우수한 코너링 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기차들이 내세우는 장점이다.


GV70 EV는 E-GMP 기반이 아닌 내연기관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다. 그럼에도 차체 바닥에 결코 적지 않은 용량(77.4kWh)의 배터리를 잘 배치해 무게중심을 최대한 낮췄다. 이를 통해 GV70 EV도 E-GMP 기반의 GV60 못지않은 코너링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회사측은 청평호 주변의 와인딩 코스를 시승 경로에 포함시킨 듯하다.


총 115.8km의 주행을 마친 후 전비는 3.9km/kWh가 나왔다. 20인치 타이어 장착 모델의 인증 복합전비 4.3km/kWh에 다소 못 미친다. 출발시 약 95% 충전 상태로 354km의 주행가능거리가 표시됐고, 도착시 주행가능거리는 218km가 남았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주행을 마친 뒤 클러스터 상태. 전비와 주행가능거리가 표시돼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시승 코스의 절반 정도는 스포츠 모드로 주행했고, 부스트 모드를 10여차례 사용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부스트 모드는 짜릿함을 제공하는 대가로 배터리 잔량도 많이 잡아먹는다. 시승 코스의 대부분이 고속도로였다는 점도 전비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전기차는 고속도로 전비가 도심 전비보다 더 낮다.


GV70 EV의 내외장 디자인은 GV70 가솔린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전기차에 불필요한 그릴의 그물 구멍을 막아놓은 것 외에 굳이 전기차로서의 외형적 특성을 강조하기 위한 디자인 요소를 더하지 않은 것은 개인적으로 좋은 선택인 것 같다.


전기차 중 하나로 GV70 EV를 선택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GV70의 파워트레인 중 하나로 전동화 모델을 선택하는 이들에겐 디자인적 차별화가 그리 탐탁지 않을 수 있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앞좌석.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GV60에서 선보였던 ‘크리스털 스피어’나 ‘페이스커넥트(안면인식)’과 같은 신기한 기능은 적용되지 않았다. 대신 GV70 가솔린 모델과 마찬가지로 실내 지문인승 시스템이나 인포테인먼트 기능 조작을 위한 통합 컨트롤러는 장착돼 있다.


GV70 EV의 실내 공간은 중형 SUV 치고는 앞뒤 공간이 다소 좁다. GV70라는 모델 자체가 현대차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와 같은 대중 브랜드의 중형 SUV보다 길이가 짧게 만들어졌다. 따라서 2열 뒤 트렁크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게 느껴진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트렁크. 오른쪽은 2열 좌석을 접은 모습이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2열 시트를 접으면 완전히 평평한 공간이 나오지만 다리가 삐져나와 차박을 하기엔 다소 불편해 보인다.


대신 현대차그룹의 E-GMP 기반 전기차들과 마찬가지로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220V)을 공급할 수 있는 실내외 V2L(Vehicle to Load) 기능이 제공돼 레저 활동에는 장점이 많아 보인다. 실내용 V2L 콘센트는 트렁크 오른쪽 벽면에 장착됐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의 V2L 기능을 활용해 프로젝터를 작동 중인 모습. 트렁크 오른쪽 벽면에 V2L 콘센트가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회사측은 회차 지점 한켠에 V2L 기능을 활용해 트렁크 공간을 작은 영화관으로 꾸민 GV70 EV를 전시해 놓기도 했다.


GV70 EV의 가격은 7332만원으로 전기차 보조금 50%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20인치 휠과 무광 컬러,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12.3인치 3D 클러스터,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은 모두 옵션으로 별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타깃 :

- 도심에선 럭셔리한 모범시민, 고속도로에선 질주본능, 야외에선 움직이는 대용량 보조배터리.


▲주의할 점 :

- 20인치 타이어를 장착하면 폼은 나지만 충전소를 더 자주 들러야 한다.(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 19인치 400km, 20인치 37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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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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