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A4 대통령 나가고 PT 대통령 들어온다


입력 2022.03.22 02:02 수정 2022.03.21 15:10        데스크 (desk@dailian.co.kr)

윤석열 결단력 보여준 일요일 오전의 쿠데타

조감도 가리키며 직접 설명…18명 기자들과 즉문즉답

낭비, 시민 불편 걱정 덜어 ‘광우병 난동’ 소지 없애

청와대 향수, 불복 빌미 겁먹어 보수우파 또 ‘분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대통령 당선자 윤석열은 집무실 이전의 당위성을 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꼬투리를 잡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민주당과 진보좌파는 물론 속도조절론을 제기하던 보수우파 진영의 상당수 유력 인사들을 일거에 제압했다.


일요일 오전의 쿠데타였다. 핵심 공약으로 내건 자신의 대통령 직 철학과 의지가 담긴 과업을 과감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역사적 결정이었다.


그의 결단력을 알고는 있었지만, 지난 당내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자주 노정(露呈)되었던 그답지 않은 분란 ‘방치’ 때문에 이번 청와대 해체(이전) 이슈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가 사실 매우 주목됐었다. 저쪽 진영에서는 아마도 번복되거나 심한 반발에 부딪쳐 새정부가 초장부터 휘청거리게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윤석열은 그러나 휴일 48분간의 기자회견에서 결단력과 함께 업무 파악 능력, 또 그것을 전달하는 설득력이 민주화 이후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뛰어난 사람임을 실증해 보였다. 그리고 ‘각본’이 인쇄된 A4 용지 없이 자기 입과 머리, 가슴만 가지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의 소유자라는 것도 보여주었다.


지지자들은 A4 대통령이 나가고 지시봉(PT, 프레젠테이션) 대통령이 들어오는, 새 시대의 개막을 감동과 설렘으로 실감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즉석에서 기자들(18명이다) 질문을 받고 바로 답변하는 즉문즉답(卽問卽答)이 가능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있었는가? 우리도 이제 미국의 레이건 같은 대통령을 갖게 됐다.


“광화문 정부, 외교부 청사로의 이전은 시민들에게 재앙 수준인 것으로 판단됐다.”


그의 단어 선택은 설득력을 배가했다. ‘재앙’이란 어휘를 통해 광화문으로 옮기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고 고려할 가치가 없다는 사실이 순식간에 전달됐다.


외국 대사관들이 밀집해 있는 광화문 지역을 외교부가 떠나는 것도 그렇고, 통신 제한으로 일대 금융 기관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교통 통제 등으로 시민 불편이 막대해지는데, 이전 비용도 용산 국방부 이전보다 배 이상이 든다는 것이다.


지하 벙커, 영빈관 계속 이용으로 청와대를 100% 개방할 수도 없다. 청와대를 국민 품에 완전하게 “돌려드려” 역사 속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윤석열의 숙원이다. 그래서 광화문 카드가 간단히 버려졌다.


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용은 상대적으로 쉽고 비용도 적게 드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그는 충분히 납득시켰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실무자가 들고 보고하고 대통령은 앉아서 듣던 지휘봉 프레젠테이션을 윤석열은 직접 들고 했다. 그 설명을 들으니 과연 국방부-합참 구역이 왜 적지인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민주당은 1조원이 든다 하고 국방부(아마도 친 현정권 간부들)는 이사 비용만 5000억원이 들어간다고 한 주장이 무색해진, ‘대통령 윤석열’이 아닌 ‘머슴 윤석열’의 발표였다. 국방부는 어디 멀리 가는 게 아니고 그 옆 합참과 구청사로 옮긴다. 인수위 말고 현정부인 기획재정부가 산출한 총 이전 비용이 496억원이다.


청와대 7만7000평은 국민이 돌려받는 국립공원으로 변모, 이 나라 최고의 정원이라는 녹지원, 상춘재를 거닐 수 있고, 그 땅을 밟고 북악산 등산도 가능해진다. 용산 100만평은 미군기지 반환과 함께 국내 최대 시민공원으로 단장되면서 대통령 집무실이 시민들의 휴식 공간 안에 펜스 하나 간격으로 위치하게 된다.


이것이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의 청사진이다. 윤석열은 이 대장정 출발을 위해 속전속결, 그러나 치밀한 설득력으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 그는 기자들(친문친명 언론사도 포함)의 논란으로 포장한 공격적, 음모론적 질문 답변에서 업무 파악이 속속들이 되어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니까 즉문즉답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번 과정에서 재발한 보수우파의 ‘분열’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진보좌파의 본부장(본인 부인 장모 비리) 프레임에 편승해 경쟁자들이 윤석열을 내부 총질했던 우(愚)를 또 다시 범했다. 가뜩이나 트집과 발목 잡기 구실을 찾는 적에게 두둑한 실탄을 제공해줬다. 전략적으로도 매우 어리석고 사실에 맞지도 않는 주장을 폈다.


“청와대만 한 곳도 없다. 시설 리모델링하면 소통 문제 해결된다. 집무실 대소동, 이게 윤석열식 공정과 상식인가?”


“청와대 들어가도 훌륭한 대통령 될 수 있다.”


“국민의 일상을 망가뜨리면서 국민 속으로 들어가면 ‘왜 나왔음?’이란 원성을 듣게 될 것이다.”


보수우파 진영의 유명 논객들과 당내 유력 남녀 인사들의 이런 반대를 위한 반대, 대안을 위한 대안 제시는 존재감 과시 차원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어 대선 불복의 빌미를 주는 결과가 될까봐 노심초사한 나약한 겁쟁이들이었다. ‘박정희는 청와대에서 조국근대화 위업을 이뤘다’는 청와대 애착과 향수도 느껴진다. 정권교체의 완성은 청와대 입주라는 투다. 안타깝다.


이들은 또 사실을 곡해하는 치명적 실수도 했다. 좌파들이 떠드는 천문학적 비용과 시민 불편 문제를 사실로 전제하고 함부로 논리를 편 것이다. ‘엄청난 교통 통제’가 그런 예다. 한남동 육참총장 공관과 국방부 청사는 지척(咫尺)이다. 3~5분 소요된다는 것인데, 러시아워를 피해 일찍 출근한다면 교통 불편은 사실상 제로다.


“청와대는 한번 들어가면 못 나온다.”


대통령 당선자 윤석열은 이 철칙을 놓치지 않으면서, 무조건적 진영 의사 반영으로 무의미해진 여론조사 같은 것에도 기대거나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결단해야 할 때 결단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 리더십은 숫자와 사실들을 면밀히 꿰뚫고 겸손하고 소상하게 설명하는 자세를 갖춘 것이었다.


그가 당선 후 첫 시험대를 우려했던 것보다 잘 통과하고 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정기수 칼럼'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1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니가기자냐 2022.03.22  09:19
    에지간히 빨아대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가 기자냐..
    0
    1
1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