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경험 확대 전략…“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
소비자 명품 소비 욕구와 맞물려 ‘문전성시’ 이룰 것
성과이익 독식…“한국 고객 호갱으로 본다는 시각도”
해외 유명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잇따라 식음료(F&B) 사업을 확장하며 브랜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브랜드를 의류나 가방 등에 한정짓지 않고 오감으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수 조원에 이르는 매출을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이익을 독식하고 사업 확장에만 몰두하면서, 유독 한국 고객을 호갱으로만 바라본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뒤따른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소위 프랑스 3대 명품 브랜드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포함한 여러 명품 브랜드들이 F&B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뿐 아니라 매출이 높은 아시아 지역 등에서 카페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명소’로 자리매김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 진출도 활발하다. 구찌는 오는 28일 서울 이태원 구찌가옥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을 오픈할 예정이다. 지난 2018년 피렌체 구찌가든 1호점, 2020년 로스앤젤레스 베버리힐스 2호점, 2021년 도쿄 긴자 3호점에 이은 4호점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이탈리아와 한국 문화가 어우러진 메뉴들을 선보인다. 요리 외에도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과 구찌의 미학적 요소에서 영감 받은 인테리어로 색다른 식사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최대 8명을 수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도 마련했다.
구찌 레스토랑의 상륙으로 글로벌 명품 패션 업체들의 한국 내 F&B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패션의 범주가 의(衣)를 넘어 식(食)을 포함한 라이프 스타일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위스 명품 시계 ‘IWC’와 ‘브라이틀링’이 각각 지난해와 올해 카페와 레스토랑을 선보였고, 이에 앞서 프랑스 패션 브랜드인 메종키츠네는 지난 2018년 강남 가로수길에 첫 단독 매장을 열면서 매장 안에 ‘카페 키츠네’를 함께 오픈한 바 있다.
이 같은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신사업 확장에는 ‘브랜드 경험 확대’라는 전략이 깔려 있다. 기존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이색적이고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신규 ‘브랜드 팬덤’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새롭고 다채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서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기존 의류와 잡화 만으로는 젊은 고객들이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었는데, 다양한 협업을 통해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컸다. 외출이 줄면서 밖에서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고자 하는 프리미엄 수요가 크게 늘었고, 비싼 돈을 지불하고 외식을 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를 배경으로 이들이 선보인 F&B매장의 인기는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명품을 경험하고 소비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욕구와 비교적 낮은 진입장벽으로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이를 테면, 고가의 가방을 대신해 비교적 저렴한 명품 화장품을 소비하며 만족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 국내 시장 불황인데…“이익 독식, 허영심 자극한다는 비판도”
하지만 이를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그동안 국내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이중적인 영업 방식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자국에서는 ‘사회적 책임’, ‘고용 증진’ 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을 강조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이익 극대화에만 집중하면서 여론에 뭇매를 맞았다.
명품 업체들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은 ‘수 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금은 순익의 1%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 시장에서 해마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본사에 지급하는 배당금만 늘릴 뿐 기부금은 미미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실적은 물론 배당금·기부금 기재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 형태로 한국법인을 설립하거나 전환하는 일관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한책임회사는 여전히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다. 그저 돈만 벌어가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실제로 이들 브랜드는 비쌀수록 잘 팔리는 한국 시장 특수성을 이용해 ‘배짱 장사’를 이어왔다. 대표적으로 샤넬의 경우 국내서 횟수로 따지면 지난해 4번, 올해도 연초에만 두 번 가격을 인상했다. 높은 가격에도 오픈런은 물론 불친절한 서비스까지 감내하도록 방관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명품업체들의 F&B 진출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시장 규모와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명품 기업의 국내 투자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등한시 한 채 신사업 확대 및 수익 확장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재 국내 외식경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3년째 이어지면서 초토화가 됐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주머니 사정과 외식경기 침체 등을 고려해 가격 조정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 브랜드의 진입과 값비싼 메뉴 정책을 막을 순 없지만, 국내 외식업체들이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플렉스’ 문화를 앞세워 줄을 세우고 우리나라 국민들에 대해 진입장벽을 높이는 행보에 대해 자영업자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생활이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명품 업체들이 F&B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궁극적으로 명품과 같은 아름다운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것에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금까지 명품 업체들이 한국에서는 돈만 벌어가는 형태를 보여왔기 때문에 지속해서 국내서 사업을 더욱 확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명품 브랜드 다운 행보를 보일 시점이 왔다”며 “사회공헌과 같은 이로운 일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소비자들이 굉장히 똑똑해졌고, 생활 전반에 있어서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큰 관심을 보이며 사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일부 소비자들은 또 줄을 서서 먹겠지만 생각이 있는 소비자들은 그들을 부러운 눈으로만 바라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