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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의 뒤늦은 문재인 '팬덤' 정치 반성


입력 2022.03.28 00:00 수정 2022.03.28 02:02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도올 "문재인 문빠 정치가 진보 망쳐"

김규항 "文, 비겁하고 노회한 사람"

팬덤 정치에 진영 내 비판기능 상실

문자폭탄 등 부작용, 이재명으로 이어져

지난 1월 3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전자상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022년 신년사가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도올 김용옥 씨에 이어 김규항 씨도 문재인 대통령 비판에 동참했다. 윤석열 당선인을 본인이 발탁하고도 정작 논란이 터지자 뒤로 숨어 지지율만 챙긴 비겁한 사람이라는 게 요지다. 김씨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홍세화 장발장은행 은행장과 잡지 '아웃사이더'를 창간했던 진보논객이다.


김씨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후보 윤석열에 대한 압도적 실망과 냉소 속에서 정권교체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아 결국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이라며 "그 모든 국면에서 제 몸을 조국과 추미애, 이재명 따위 뒤로 숨겨 임기 말 지지율 45%를 차지한, 유례없이 비겁하고 노회한 사람"이라고 문 대통령을 직격했다.


이에 앞서 김용옥 씨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1%, 1표로 졌다고 하더라도 패한 것이다. 이 시점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는 얘기"라며 "진보를 자처하는 모든 사람들은 반성을 해야 한다. 그 최고의 책임자는 문재인"이라고 했다. "다시는 문재인 같은 대통령이 이 땅에서 태어나지 않도록 빌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특히 문제점으로 지적한 대목은 '팬덤' 정치다. 김씨는 "문재인의 문빠 정치가 진보세력을 망친 것"이라며 "지금도 아무도 이러한 얘기를 못한다. 이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지율을 의식해 팬덤에 의지하는 바람에 일반 대중과 멀어졌고, 문 대통령을 향한 당 안팎의 건전한 비판 기능마저 상실시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팬덤은 정권 초기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다. 팬덤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으나, 반대편에 선 정치인들을 겨냥한 지지층의 '문자폭탄'은 상대방을 위축시키고, 다양한 의견 개진 기회를 막아버리는 부작용을 불렀다. 문 대통령은 "양념"이라며 이를 사실상 묵인했고, 조국 사태, 추·윤 갈등 국면에서 잘못된 팬덤은 더 힘을 얻었다. 민주당 내에서도 문제 인식이 있었지만 묻혀버렸다.


뒤늦은 반성도 이어졌다. 지난 24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원욱 의원은 "장경태, 장철민, 이소영, 오영환, 전용기 의원님, 미안하다. 초선 5적으로 몰릴 때 지켜주지 못했다"며 "저도 팬덤 앞에서 굴복했다. 입을 닫았다. 민주당에 건강한 토론문화가 사라져 버렸다. 반성한다"고 했다.


문제는 건강하지 못한 팬덤 문화가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으로 주체를 달리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이 상임고문 지지자들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이재명계가 민주당의 중심이 돼야 한다", "이낙연계는 안 된다"는 등의 문자폭탄을 보냈다. 심각성을 인지한 이 고문이 직접 자제를 촉구했지만 원내대표 선거 당일까지 문자폭탄을 종용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문자 대량 발송 등으로 심려와 불편이 컸던 점 송구하다. 많은 의원들이 저에게 당의 앞날을 걱정하는 말을 해줬다"며 "(문자 폭탄이) 매우 당혹스러웠고, 제 속만 새까맣게 탔다"고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털어놓기도 했었다.


문자폭탄을 일만 통 이상 받았다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전화는 물론이고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울리는데, 이건 폭력 수준이었다"며 "열성 민주당 지지자라는 이유로 쉬쉬했고 또 일부는 이를 이용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 반성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유력 정치인에게 팬덤 문화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개방성과 다양성이 상실된 모습으로 비치면 민주당이 더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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