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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로비드보다 약효 낮은 코로나약 '라게브리오' 대안 될까


입력 2022.03.28 14:33 수정 2022.03.28 14:33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팍스로비드 물량 부족과 처방 한계에 대체재로 주목

입원·사망 예방 효과는 30%로 낮아

임신부, 만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확진자는 처방 제외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가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다. 연일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치료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내에서 미국 머크앤컴퍼니(MSD)의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가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다. 연일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치료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4일 도입된 라게브리오 초도물량 2만명분이 26일부터 감염병전담병원 등 의료 현장에 공급됐다. 정부가 확보한 라게브리오 물량은 총 24만2000명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3일 라게브리오를 긴급사용 승인했다. 먹는 치료제로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성분명 니라마트레비르·리토나비르)승인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다.


리보핵산(RNA) 유사체인 라게브리오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복제하는 과정에 정상적인 리보핵산 대신 결합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라게브리오와 결합한 바이러스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사멸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라게브리오의 입원·사망 예방 효과는 30% 수준으로, 현재 처방되고 있는 팍스로비드 효과(8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팍스로비드는 증상 발현 후 5일 내에 복용할 경우 입원과 사망 확률이 85% 낮아지고 4일 이내면 89%까지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럼에도 당국이 라게브리오를 긴급 사용승인한 이유는 팍스로비드의 '플랜B'로 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팍스로비드를 사용할 수 없는 고위험군 환자에게 라게브리오를 투여해 중증으로 전환되는 비율을 낮추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받은 치료제는 길리어드사의 '베클루리주'(성분명 렘데시비르)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셀트리온의 '렉키로나' 등 3종이었다. 렉키로나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효과가 적다는 이유로 사용이 중단된 상태다.


팍스로비드의 경우 함께 먹어선 안 되는 약물이 있어 기저질환자가 복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팍스로비드와 병용이 금지된 약물은 고지혈증, 전립선약 등에 쓰이는 아팔루타마이아푸조신 등 28개로 광범위한 편이다. 이 때문에 기저질환자 가운데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물량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동안 국내에 도입된 팍스로비드는 20여만명분으로 총 계약 물량(76만명분)의 3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확진자 폭증으로 매일 5000~7000명에게 팍스로비드가 처방되면서 현재 2주가량 버틸 수 있는 약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과 덜해도 팍스로비드 대안으로 처방… 부작용 우려도


라게브리오는 주사형 치료제 사용이 어렵거나 팍스로비드를 복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하루에 200mg 캡슐 4개씩 2회, 총 5일간 복용해야 한다. 처방 대상은 코로나 확진자 가운데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경증·중등증 고위험군(만 60세 이상, 40~59세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환자다.


코로나 판정을 받고 증상이 발현된 후 5일 안에 먹어야 효과가 좋다는 점은 팍스로비드와 같다. 라게브리오는 간이나 콩팥에 중증 장애가 있거나 병용 금지 약물(23종)을 복용 중이라는 이유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우선 처방된다.


팍스로비드와 달리 병용 금기 약물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임신부 등에게는 투여가 금지되고 부작용 우려도 있다. 라게브리오 동물 임상시험에서 일부 태아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고, 또 일부 실험에서는 뼈와 연골의 이상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임신부와 만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확진자는 처방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임기 여성은 라게브리오 마지막 복용 후 4일간, 남성은 3개월간 피임해야 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팍스로비드보다 효과가 낮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확진자가 수십만명씩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라게브리오를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라며 "환자들에게 다양한 치료제 옵션을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팍스로비드를 대체할 만큼 치료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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