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서 美가 일방적 결렬"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8일 장기 북미 교착 국면의 '책임'이 미국 측에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하노이에서 아무런 성과 없이 (북미)협상이 결렬로 끝났다"며 "그 이후에 미국 측에서 북한에 대한 어떤 실질적인 제안을 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추가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선제적 제재완화나 한미연합훈련 취소 등의 조치를 공식화해 북한 호응을 끌어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미국 측 고위 당국자는 "구체적 제안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북한 반응이 부족한 탓에 협상이 교착됐다"며 '조건 없는 대화' 기조를 재확인한 바 있다.
정 장관은 북측이 하노이 결렬 이후 전략도발 모라토리엄을 유지해왔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그는 북한 외무성 측이 하노이 결렬 다음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략도발) 모라토리엄을 다시 약속했다"며 "협상이 결렬됐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ICBM)은 발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협상 결렬 직후에도 모라토리엄을 유지하며 협상 의지를 피력했지만, 미국 측의 구체적 제안이 없어 ICBM 도발 재개에 나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 장관은 하노이 결렬이 미국의 '일방적 결정'으로 이뤄졌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하노이 회담 결렬은 우리에게 너무나 실망스러운 것이었다"며 "하노이 회담 직전까지 미국 측으로부터 상당히 긍정적인 진전이 있는 것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아시는 것처럼 하노이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렬시켜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로서는 슬픈 얘기지만,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이 우리 정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그게 우리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이건 미국이 동의해줘야 하고, 미국이 주도적으로 북한에 관여해나가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목표다. 그래서 미국을 계속 설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하노이 결렬 이후 "미국 내 정치 상황이 변경되고, 정권도 바뀌었다"며 "2년 전부터는 코로나19라는 복병이 나타나 물리적 접촉 자체가 어렵게 됐다. 그 이후에 국제정세도 더욱 복잡해져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 간 대화는 물론이고 어떻게 보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더 중요한 대화 채널인 북미 간 대화가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이 상당히 아쉬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