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공기업 등 8곳 압수수색…고발장 접수 3년여만
전문가들 "산업부 국장이 단독 결정 못 해…최소 靑수석급과 조율했을 가능성"
"그동안 검찰이 정권의 눈치 봤을 것…담당 공무원 진술이나 리스트 공문만 있으면 입증"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지는 불투명…수사 뭉갠 것이 잘못, 수사 제자리 찾아가"
문재인 정부 초반 산업통상자원부가 산하 공공기관 4곳의 기관장과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4곳의 사장들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고발장 접수 3년여 만에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사안 자체가 산업부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며 청와대 관여 여부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최형원)는 28일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4곳을 포함해 총 8곳을 압수수색했다. 여기엔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산업부 산하기관 4곳도 포함됐다.
검찰이 지난 25일 산업부의 원전 관련 부서를 비롯해 기획조정실, 운영지원과, 혁신행정담당관실에서 디지털 자료 등을 압수수색한 지 사흘 만이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앞서 확보한 '사퇴 압박' 진술의 진위를 파악할 증거를 얻는 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 2019년 1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이인호 전 차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수사 진행이 더뎠을 것이고 최소 청와대 수석급과 조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산업부 국장이 단독으로 결정했다기보다 최소 청와대 수석급에서 이런 식으로 하자고 조율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따라서 청와대의 관여 여부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지금까지 수사가 더디게 진행됐던 이유에 대해서는 "그동안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봤을 것"이라며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 또는 담당 공무원의 진술이나 관련 리스트 공문만 있으면 간단하게 입증되는 사건이기 때문에 복잡하지 않게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시 검찰 출신의 김경수 변호사도 "일반적으로 산업부 국장 선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청와대에 대한 수사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까지 이어질지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청와대 개입 없이 산업부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현 정권은 수사가 진전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고 검찰은 정권의 눈치를 봤을 것"이라며 "수사를 안 하고 뭉개고 있던 것이 잘못이고, 현재의 수사는 원칙대로 이뤄져야 했던 수사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간 것일 뿐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