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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이준석 사과 안하면 2호선도 시위"…"국민 볼모 남에게 피해만 주나"


입력 2022.04.01 05:48 수정 2022.03.31 21:48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시민들 "시위 방식 바꾸지 않으면 투쟁민국 될 것"…"애 아픈데 지하철 꼼짝 안하고 엉엉 울었다"

"장애인들 남에게 피해 끼치는 단체로 여기고 배려 대상이라 생각지 않으면 잃는 게 더 큰 시위"

지장협 "국민 볼모로 한 불법시위 도 넘어…전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고착화"

전문가 "교통약자 문제에 너무나 무관심, 사회적 관용 필요…이준석 대표 사과해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4호선 혜화역까지 이동하는 제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출근길 시위에 대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사과하지 않으면 앞으로 "2호선과 5호선 등 모든 노선을 골고루 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30일 서울 경복궁역서 진행된 삭발투쟁식서 "(전장연이) 3, 4호선을 타는 이유는 경복궁역이 3호선이고 인수위가 여기 있기 때문"이라며 "(이 대표가) 2호선은 순환선이기 때문에 안 탄다고 이야기하길래 기대에 맞추어 (앞으로는) 2호선도 타겠다. 공식 사과하지 않는다면 2,5호선을 골고루 탈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직장인 이모(32)씨는 "여태까지 불편을 참은 시민들에게 사과를 못할망정 2호선까지 지하철 시위를 하겠다니 이런 시위 방식에 누가 공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정치권도 이런 방식의 시위를 용인해주면 전장연과 같은 시위는 계속 더 늘어날 것이고, 온건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반영이 안되게 된다. 시위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투쟁민국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5호선을 타고 출근한다는 김모(32)씨도 "지하철 시위에 반대한다고 해서 내가 결코 약자를 혐오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장애인이라는 집단을 떠나서 누구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면 비판받을 수 있다. 나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장애인과 다투는 장면을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 후보가 장애인을 혐오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안 그래도 5호선은 배차 간격이 긴 편인데 시민들의 피해가 만만치 않다"고 호소했다.


지하철 시위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게시글.ⓒ온라인 커뮤니티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한 작성자는 "저번 주에 우리 애가 아파서 한 시간 일찍 퇴근하고 헐레벌떡 집에 가는데 시위 때문에 진짜 속이 터졌다"며 "차 엄청 막히는 시간이라서 지하철 탄 것인데 시위로 30분 넘게 꼼짝도 안하고 시터 이모는 애기 지금 응급실 가야 하냐고 계속 전화오고 정신이 나갈 것 같아서 그냥 막 뛰어나가 버스를 갈아타면서 집에 갔다. 버스에서 엉엉 울었다. 시위 옹호자들은 나더러 우리 가족들 장애인 되길 바라겠다는데 환멸난다"고 밝혔다.


직장인 박모(30)씨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 비장애인이라고 생각하고, 장애인에 대한 의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지하철 시위로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야 한다며 울부짖는 한 청년은 앞으로 장애인을 미워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시민들이 장애인들을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단체로 여기고 배려의 대상이라 생각하지 않으면 잃는 게 더 큰 시위"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 장애인 단체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는 전장연을 겨냥해 "국민을 볼모로 한 불법 시위가 도를 넘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지장협은 "이동권 보장 요구에 인식을 같이 한다"면서도 "이를 주장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장연의 불법 및 강경투쟁이 전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시킨다. 이는 장애인과 장애인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해 온 장애인단체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엄중한 행위"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교통약자에 대한 사회적 관용이 우선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특정 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장애인이 경험하는 교통 불편의 문제"라며 "유모차가 지나가는 길도 함부로 막아버리고 주차를 한다든지 우리 사회가 일반적으로 교통 약자의 문제에 너무 무관심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이번을 계기로 정상인 중심의 교통문화와 교통약자의 어려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위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안 주면서 하면 좋기는 하겠지만 점잖게 시위를 하면 대중과 정치인들에게 호소력이 약하다"며 "우리나라 국민들이 약자에 대해 관심이 높은 것도 아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하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과 같으니 그분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잠깐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하더라도 사회적 관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어 "다만 사회적 관심을 끌고 난 다음에는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안 그러면 시민들의 반감이 커진다. 소수자를 위한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줬어야 했는데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사회는 민주적인 타협과 양보에 의해 만들어가는 과정이니, 약자고 소수자라 하더라도 주장만 하면 안 된다. 이준석 대표도 사과를 하고, 수용할 부분은 정책적으로 수용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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