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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 안보여서 좋아요”…SKT ‘이프랜드’, 차별없는 교실 되다


입력 2022.04.05 06:00 수정 2022.04.04 21:58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비대면 줌 수업, 카메라 뒤 ‘가정환경 노출’ 문제

평등한 조건서 ‘아바타’ 입장…수업 참여도 높아

SK텔레콤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에서 비대면 교육이 진행되는 모습. 방과 후 교사 이효문(33세)씨 제공


“줌으로 수업하면 제 방이 보여서 싫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수업을 들으면서 한 학생이 털어놓은 고민이다.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수업하면 다른 친구들에게 집안 환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탓이다. 배경만 봐도 신축 아파트인지 구축인지, 오래된 빌라인지 티가 나서 친구들에게 가정 형편을 드러내기 싫다며 카메라를 켜길 꺼리는 학생들이 있다고 한다.


종종 온라인 화상회의를 할 때 ‘집안이 너무 훤히 보이는 건 아닐까’. ‘그래도 회의인데 옷이라도 좀 갈아입어야 하나.’ 등의 고민을 했던 일이 떠오른다. 직장인도 이런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한창 민감한 시기의 청소년들은 오죽할까.


모두가 아바타로 변해 모인 ‘메타버스 교실’에서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지난달 발간한 ‘과학기술&ICT 정책·기술 동향 보고서’에는 SK텔레콤의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를 온라인 수업에 활용한 사례가 소개됐다.


실제 이프랜드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방과 후 교사 이효문(33세)씨는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줌으로 수업하면 카메라 뒤로 그 친구의 가정환경이나 옷차림이 모두 보이게 된다”며 “이 때문에 어떤 중학교에서는 카메라를 전부 끄게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교실의 장점은 ‘차별 없는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용돈 관계없이 같은 조건에서 본인의 아바타를 개성 있게 꾸밀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행복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과 후 수업으로 공과계열 진로 콘텐츠를 진행하며 코딩과 가상현실(VR)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반도체 설계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학창 시절 관련 분야에 대해 조언해줄 선생님이 없어 아쉬웠던 과거를 떠올리고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강사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방과 후 수업에는 학생 20~30명이 자발적으로 신청해 참여하고 있다.


SK텔레콤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에서 비대면 교육이 진행되는 모습. 방과 후 교사 이효문(33세)씨 제공
‘게임’ 아닌 강연 최적화 플랫폼…학부모 인식 긍정적

그가 이프랜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이다. 이씨는 “강연에 가장 최적화된 플랫폼을 찾아보며 ‘제페토·마인크래프트·로블록스·게더타운’ 등을 써봤는데 이프랜드가 가장 적합했다”며 “특히 이프랜드는 스크린을 통해 수업자료 공유가 가능하고 최대 131명까지 참여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부모들도 다른 플랫폼 대비 이프랜드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씨는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는 학부모들에게 게임으로 인식돼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며 “이프랜드는 게임이 아닌 교육적인 요소가 많고 유명인사나 정부에서 진행하는 강연이 많아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프랜드에서 강의를 진행하며 동료 교사들로부터 “굳이 왜 메타버스여야 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씨는 “메타버스의 가장 큰 장점은 ‘디지털 소외계층’ 학생들의 접근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컴퓨터나 태블릿이 없어서 줌 수업 참여가 어렵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프랜드는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되니 접근성이 더 높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신체적, 물리적 차별이나 한계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그는 “줌 수업은 카메라를 켜다 보니 신체가 불편하거나 틱 장애가 있거나 하면 잘 드러나게 된다”며 “메타버스는 몸이 불편하거나 물리적으로 거리가 먼 학생들도 활용하기 편리하고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없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참여도도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줌 수업의 한계는 학생들이 교육 내용을 잘 받아들였는지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카메라를 켠 채 마이크에 대고 대답하는 걸 부끄러워하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들이 줌으로 수업하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데 부끄러움과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 예를 들면 한 학생이 계속 대답을 잘하면 ‘쟤는 범생이냐’고 핀잔하거나 ‘저 친구는 온라인 수업인데 옷을 왜 저렇게 차려입느냐’라고 눈치를 주는 분위기가 있다”고 언급했다.


SK텔레콤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에서 비대면 교육이 진행되는 모습. 방과 후 교사 이효문(33세)씨 제공
자기주도적 학습 가능…‘윤리의식 교육’은 과제

이와 달리 메타버스에는 적극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체험이 가능하고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프랜드에는 화상회의 플랫폼이 줄 수 없는 생생한 현장감이 있다”며 “아바타 학생이 배꼽티를 입고 파란머리를 하고 선글라스를 낀 채 수업에 나타나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얼굴이 안 보이다 보니 채팅 참여도도 굉장히 높다. 내용이 어려우면 모르겠다는 이모티콘을 날린다. 오히려 그만하라고 해야 할 정도로 피드백이 적극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프랜드에 아쉬운 점도 있다. 그는 “현재 이프랜드는 모바일 버전만 지원하고 태블릿 최적화가 덜 돼 있는 상태”라며 “또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집에 있는 오래된 공기계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비교적 최신 사양의 스마트폰이 필요해 아쉽다”고 했다.


이프랜드뿐 아니라 메타버스 전체에 대한 윤리의식 교육이 선행돼야 하며 관련 법안이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메타버스에서 욕설이나 비방하지 말 것을 따로 교육하고 있다”며 “향후 관련법 제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씨는 동료 교사들에게도 이프랜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향후 도서관이나 청소년센터 등의 관공서 수업에도 이프랜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프랜드 PC 버전을 연내 출시하고 참여 인원도 현재 131명에서 더 늘려 많은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할 예정”이라며 “강연이나 포럼 등에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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