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통령 관저에 용산 집무실 포함 검토…현행법 관저 인근 100m 내 집회·시위 금지
시민단체 "대통령 집무실, 국민과 소통 위해 용산으로 옮겨 놓고 시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하나"
전문가들 "집시법 개정해 법적 논란·이견부터 없애야…아니면 불법집회 공방만 가열될 것"
"차제에 관저 개념의 폭 넓혀야…용산 집무실, 대중교통 도로와 붙어 경찰 입장에서는 고민될 것"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용산 집무실 이전을 추진 중인 가운데 경찰이 집무실이 들어설 현 국방부 신청사 인근 100m 이내에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호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지만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겨놓고, 정작 집회와 시위는 외면하는 처사라 앞뒤가 맞지 않다는 비판이고, 당장 시민단체들의 극심한 반발도 예상된다.
집시법 소관 부처인 경찰청은 기존 판례를 살펴본 뒤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을 포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집회시위법 11조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 인근 100m 내에선 집회와 시위가 금지되는데, 경찰은 대통령 관저를 사전적 의미인 숙소로만 보긴 어렵다고 해석해 집무실을 포함할 계획이다. 국회의 경우에도 국회의사당 건물과 국회의장 공관 건물이 보호 대상으로 각각 따로 규정돼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7일 "대통령 관저 범위에 집무실도 포함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들을 하나씩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같은 경찰의 계획이 실현돼 집무실 주변 100m 내의 집회·시회가 금지될 경우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국민 소통을 위해 용산으로 집무실까지 옮겨 놓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처사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집시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법조문에 대통령 관저를 집무실이라고 명확하게 포함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집시법 규정 자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며 "경계 지점을 국방부 외곽 담장으로 볼지, 청와대 대통령 숙소 담장으로 볼지 법적 이견도 있는 마당에 엄격하게 법 해석을 하지 않으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광화문 일대에서 빈번한 집회·시위 역시 장소를 용산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상당해 집시법을 바꾸지 않으면 불법집회 여부를 둘러싼 공방만 가열될 것이다. 불법집회일 경우 경찰은 해산 명령을 할 텐데, 시민단체 입장에선 대통령 관저를 확대해석한 것은 경찰들의 자의적 해석이라고 치부할 것이고, 경찰의 명령에 불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제에 대통령 관저를 대통령이 주로 직무를 행하는 장소로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 관저를 대통령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무 공간으로 보면 당연히 보안이 필요하고, 신변 안전이 필요하다"며 "관저 개념을 생활공간과 사무공간으로 따로 구분해 좁게 해석해야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07년 법원은 대통령 관저를 대통령이 주로 직무를 행하는 장소와 주거로 사용하는 장소라고 해석한 바 있다.
그러면서 "집회와 시위의 방식이 다양하게 허용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대중 집회를 대통령 관저 10m, 50m 바로 앞에서 반드시 하지 않아도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용산 집무실이 들어설 곳이 대중교통 도로와 밀접하게 붙어 있다 보니 경찰 입장에서는 집회와 시위 관리 범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