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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물 ⑬] 술 취해 난동 피우고 공무원 폭행…폭행죄? 공무집행방해죄?


입력 2022.04.15 05:21 수정 2022.04.15 00:01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난동' 민원인 내쫓는 시청 복지과 공무원 폭행 혐의…대법, 1·2심 무죄 뒤집고 공무집행방해죄 인정

법조계 "명백한 공무집행방해…다른 주민 불편부당 해소할 최소한의 의무 직무에 포함"

"파기환송심서 대법 취지대로 판단된다면 폭행죄보다 높은 형량 선고될 가능성"

대법원 모습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시청에서 난동을 피우다가 자신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공무원을 때렸다면 단순폭행죄보다 법정형이 높은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민원인의 행동은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라며 대법원의 판결에 동의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3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2020년 9월 경남 통영시청 내 주민생활복지과 사무실에 술에 취해 민원인으로 찾아와 공무원들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휴대전화 볼륨을 높여 음악을 재생하며 소란을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시청 공무원들로부터 제지를 당하자, A씨는 '너희가 똑바로 해야지'라며 욕설을 하고 공무원의 옷을 찢고 멱살을 잡거나 뺨을 때린 혐의를 받는다. 당초 수사기관은 A씨에게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은 A씨가 소란을 피웠다고 해도 그를 쫓아내는 건 주민생활복지과 공무원의 직무상 권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민원안내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의 직무집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검찰은 A씨에게 폭행 혐의를 추가하면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이에 2심은 1심과 같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무죄로 봤다. 다만 폭행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심과 2심은 복지과 공무원들의 직무수행은 민원상담까지만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민원업무를 방해하고 다른 민원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A씨를 퇴거시키는 것도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오늘날 관공서에서 주취 소란으로 공무원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이를 제지하는 공무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소란을 피우는 민원인을 제지하거나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행위도 담당 공무원의 직무에 수반되는 행위로 파악함이 상당하고 직무권한을 벗어난 행위라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A씨의 행위는 시청 공무원의 적법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한다"면서 "원심 판결에는 공무집행방해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법조계에선 A씨의 행동이 공무집행 방해로 보지 않는다면, 앞으로 공무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대법의 판결을 환영했다.


이충윤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는 "대법원은 구체적 법률이 공무원에게 직무 집행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 적법한 공무집행의 범위로 판단한다"고 전제하고 "지방공무원법은 공무원에게 공정직무 수행의무를 부과하고 적극행정을 장려하는데, A씨의 폭력과 난동으로 인한 다른 주민의 불편부당을 해소할 최소한의 의무도 이에 포함된다는 취지로 대법원이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한규 변호사는 "A씨의 행동은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라며 "시청은 일반 국민이 방문해 공적 업무를 보는 곳인데 A씨의 난동으로 인해 시청 공무원의 업무가 방해됐기 때문에 나가라고 요구하고 제지하는 것은 정당한 직무 권한이다. 정당한 직무 집행을 한 공무원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때린 것은 공무집행 방해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이와 같은 사례를 공무집행 방해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공무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생길 것"이라며 "이 정도의 공무집행은 법이 보호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파기환송심에서 A씨가 보다 높은 형량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 폭행죄의 형량인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높기 때문이다.


임광훈 형사전문변호사는 "대법원이 공무집행 범위를 보다 넓게 판단한 결과로, 타당하다고 본다"며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의 취지대로 판단이 다시 이뤄져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인정된다면 A씨에게 폭행죄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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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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