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결제시장 형평성 어긋나”
비금융사 영향력↑, 카드사 위축 우려
카드업계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은행·증권사처럼 입·출금 계좌를 만들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의 정보공유 범위를 빅테크의 비(非)금융정보로 확대해 줄 것을 건의할 예정이다.
또 최근 등장한 소액후불결제, 선구매후결제(BNPL) 등 다양한 사업자의 신용결제에도 신용카드사와 균형을 맞춰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는 카드업계가 수수료 인하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빅테크와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결제 시장 주도권까지 뺏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에 이어 최근 토스도 후불결제(BNPL) 서비스를 내놓으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토스는 토스페이에 신용결제 서비스를 담아 일부 사용자에게 선 제공한 후 가맹점과 사용자 규모를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 가입 기간이 1년 이상인 이용자들에게 상품 혹은 서비스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결제할 때 부족분을 후불결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페이 역시 후불교통, 후불결제 서비스를 포함한 소액여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후불교통은 지난해 12월 15만원 한도로 출시했다. 후불결제는 올해 하반기 중 시스템을 구축해 내년 오픈 예정이다.
결제시장이 치열해짐에 따라 카드업계도 오픈페이 출시를 준비하는 등 맞불 놓기에 돌입했다. 오픈페이는 은행권 오픈뱅킹과 같은 개념으로 자산 플랫폼에서 타사 신용·체크카드를 등록해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오픈페이는 지난해 신한·KB국민·롯데카드 등에 이어 올해 NH농협카드까지 새롭게 합류한 상태다.
다만 후불결제는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대학생들과 전업 주부 등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 들의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다. 후불결제는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와 비슷한 개념으로 월 한도 30만원 선에 수수료가 붙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핀테크 업계서도 당장의 이익보다 향후 씬파일러를 대상으로 한 대안 평가 모형을 고도화 하는데 필요한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카드업계서는 전자금융업자와 금융회사의 형평성을 위해 리스크 관리 및 수수료 등 동일 규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하 등 규제를 강하게 받고 있지만 동일한 기능의 후불결제 서비스의 경우 이에 대한 규제가 없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빅테크와 카드사 간 형평성 문제가 관건”이라며 “같은 기능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카드업계만 가맹점 수수료율 규제를 적용 받고 있고, 경쟁도 심화되고 있어 영업환경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융위원회의 규제 내용에 따라 후불결제 시장의 확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융회사와 빅(핀)테크사는 해외 규제를 검토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지홍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전자지급결제시장에서 빅테크 등 비금융회사의 영향력 확대로 인해 기존 카드사의 입지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카드사들이 지급결제 시장 내 주도권을 가지고 안정적인 사업 영위를 위한 역량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