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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그룹 외화채권 35조…환율 불안에 '긴장감'


입력 2022.04.27 10:33 수정 2022.04.27 10:3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지난해에만 4조2천억 늘어

환율 급등 시 실적 악영향

시중은행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5대 금융그룹이 외화로 발행한 채권이 지난해에만 4조원 넘게 불어나며 3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지원을 위한 자금 조달 수요와 더불어,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환경·사회·지배구조(EGG) 관련 채권 확대를 위해 글로벌 시장을 노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와중 환율이 꿈틀대기 시작하면서 늘어난 외화채권이 금융사 실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개 금융그룹의 외화 회사채 보유량은 지난해 말 기준 35조4115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3.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4조1960억원 늘었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흐름은 다소 엇갈렸다. 우선 KB금융이 보유한 외화 회사채는 10조90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7.4%나 증가했다. 하나금융 역시 6조7225억원으로, 농협금융은 3조1294억원으로 각각 20.6%와 28.4%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반면 신한금융이 갖고 있는 외화 회사채는 10조8998억원으로 1.7% 줄었다. 다만 이 같은 감소에도 불구하고 신한금융의 외화 회사채 보유량은 여전히 조사 대상 금융그룹 중 최대였다. 또 우리은행의 외화 회사채도 4조5697억원으로 4.1% 줄었다.


5대 금융그룹 보유 외화 회사채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금융권의 외화채권이 전반적으로 몸집을 불린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적 악영향이 지속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금융지원이 이어지면서 금융사의 자금 조달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서다. 결국 국내 금융시장만으로는 이를 모두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오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날이 갈수록 발행이 늘고 있는 ESG 채권은 금융사의 외화채권 확대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ESG 경영이 주요 해외 선진국으로부터 시작된 문화인 탓에 관련 채권도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발행이 용이한 측면이 있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ESG 채권 발행액은 사상 처음 1조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처럼 금융권의 외화채권이 한껏 늘어난 있는 상황에서 환율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260원까지 넘나들며 상승 곡선이 가팔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이 1185원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서만 80원 가까이 치솟은 상황이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 예고에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세계 경제 둔화 우려까지 커지면서 변동성이 더 커지는 형국이다.


통상 환율 급등은 금융그룹 손익에 회계 상 악영향을 준다. 가장 대표적인 항목이 외화환산손익이다. 이는 보유한 외화채권과 채무를 원화로 환산해 평가할 때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을 보여준다.


환율이 오르면 금융사의 외화채권 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외화환산손실이 커질 수 있다. 외화 부채와 자산 사이의 갭이 커지면서 그 만큼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다.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외화환산이익은 개선되는 효과를 받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처럼 외화채권 부채가 많아진 상황에서 환율이 크게 오르면 예년보다 회계 상 손실이 크게 인식될 우려가 있는 만큼, 파생상품을 통한 위험 분산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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