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거버넌스포럼, '합병 중지 소송' 예고
동원그룹 "합병비율, 합리적으로 산정"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건이 결국 소송전으로 치달을 예정이다. 합병비율이 불법적으로 상정됐다는 주장이 주주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합병비율 산정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기관과 소액주주들은 이른 시일 내 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흡수합병을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 합병 진행 중지 소송을 지원할 예정이다.
포럼이 소송에 나서는 건 양사 간 합병에서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동원산업이 지난 7일 낸 공시에 따르면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은 1대 3.8385530로 산정됐다. 이대로 합병이 이뤄지면 합병가액에 따라 상장사인 동원산업 가치는 9156억원에 그치고,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가치는 2조2247억원에 이를 예정이다.
동원산업의 가치는 크게 떨어진 반면,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상대적으로 고평가를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포럼은 이러한 합병비율 산정은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의 직접 지배 구조 만들기가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그룹의 지주사로 현재 동원산업의 최대주주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는 김남정 부회장(68.27%)과 김재철 명예회장(24.5%)인데, 계획대로 이번 합병이 이뤄지면 김남정 부회장은 동원산업의 지분을 48.4%, 김재철 명예회장은 17.4%를 보유하게 된다.
이러한 합병비율은 오너가에게 유리하지만 소액주주들에게는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는 게 포럼 측 주장이다. 포럼은 합병 비율을 적용하면 동원산업 주주 지분율이 4.5%가 줄어 1250억원대 손해가,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5% 넘게 상승해 1400억원 이상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포럼은 "이번 합병비율은 동원산업과 일반주주들의 가치를 침탈하고, 대주주의 지분율을 늘리는 결정으로, 명백히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며 "동원산업 주가가 저평가되고 상대회사 주가는 고평가된 현재 시점에 합병을 추진해선 안된다"고 촉구했다.
포럼은 합병 강행이 이뤄질 경우 주식매수가격 결정 청구 소송도 고려 중이다. 앞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소액주주들은 주식매수가격 결정 청구 소송을 통해 주식매수가격을 주당 5만7234원에서 6만6602원으로 16.36% 상향시킨 바 있다.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 블래쉬자산운용도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동원산업 이사회를 상대로 '위법행위 유지청구'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유지청구는 이사가 법령 등의 위반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경우 이를 막는 소송이다.
동원그룹은 주주들의 소송 예고에도 합병비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회사와 주주간 소송전이 장기전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원그룹 측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본질적 가치 대부분은 종속기업 주식의 시가로 반영된다"며 "거래의 상대적 가치를 고려할 때 동원산업 평가 역시 기준시가를 적용해 합병비율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관련 주주가치 제고가 국내 증시에 화두인 만큼 합병비율과 관련된 공정성 문제가 정계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에는 불공정한 합병가액으로 투자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합병 등을 한 주권상장법인·이사·감사·외부평가기관이 연대책임을 지도록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