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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한국 입국 정말 막히나


입력 2022.04.30 04:04 수정 2022.04.29 07:54        데스크 (desk@dailian.co.kr)

규정이 있는데도 유승준에게만 과도하게 가혹한 처분

유승준, 공정한 책임 분배 어겨 국민정서에 악영향 끼쳐

한국에 들어오려면 공익 부분에 대한 우려 불식시켜야

ⓒTV조선 화면캡처

유승준이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여권·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그는 2015년 9월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된 후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심, 2심에선 졌지만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LA총영사관이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단지 과거에 법무부의 입국 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옳지 않다"며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LA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기 때문에, 이 점만 놓고 보면 향후에 LA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해 비자 발급을 거부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다.


하지만 당시 대법원이 밝힌 입장이 유승준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었다. 대법원은 ‘재외동포법이 재외동포의 한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비춰 재외동포에 대해 기한을 정하지 않은 입국금지 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한다’라고 했다. 유승준의 무기한 입국 금지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재외동포법엔 설사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라도 일정 연령이 되면 한국 체류 자격을 부여하도록 돼있다. 그 연령은 38세였다가 41세로 상향됐는데, 유승준은 이 기준에 충족한다. 또, 외국인이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경우에도 입국금지 기간이 5년에 불과하다는 규정도 있다.


이런 규정이 있는데도 유승준에게만 과도하게 가혹한 처분이 가해졌고, 이것은 불공정하다는 시각이 나타났다. 유승준도 그 부분을 거론하며 항변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유승준은 LA 총영사관에 비자 발급을 재신청했지만 또 거부당했다. 그러자 2020년 10월 두 번째 소송을 제기했는데 그 1심 결과가 이번에 유승준 패소로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LA 총영사관의 두 번째 비자 발급 거부가, 재량권을 행사해 사안을 들여다보고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기존 대법원 판결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그리고 유승준이 주장하고 일각에서도 지적하는 형평성(비례·평등 원칙) 문제에 대해서 “유 씨에게 사증을 발급하는 사익보다,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보호해야 할 공익이 더 크다”며 “유 씨는 4급 보충역 판정을 받고 공익근무요원 소집 통지를 받은 상황에서 국적을 이탈했다. 이는 영토의 최전방이나 험지에서 가장 말단의 역할로 소집되어 목숨을 걸고 고통과 위험을 감수한 장병과 그 가족들에게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줬다”고 했다. 그리고 “전쟁의 위협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부과되는 병역의 의무는 ‘공정한 책임의 분배’가 특히 중요하다”며 “이에 대한 신뢰가 한번 훼손되면 회복되기 어렵고 자칫 ‘40세까지 버티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했다.


유승준이 먼저 공정한 책임의 분배를 어겼다는 취지로 보이고, 국민정서에 악영향을 끼쳐 공익을 해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출입국관리법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입국 금지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병역기피자도 나이 먹으면 받아줘야 한다는 재외동포법에도 예외 조항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다. 유승준은 계속해서 비례의 원칙을 주장하지만 이런 예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유승준이 지금과 같은 소송을 통해 한국을 이겨서 당당하게 입국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많은 국민들이 허탈감과 분노를 느낄 것이다. 유승준이 일반인이 아닌 스타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만인이 주목하는 스타이기 때문에 국민정서와 사회기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결국 공익과 연결된다.


법무부가 유승준을 입국금지 조치한 사유도 그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유승준이 한국에 들어오려면 바로 이 공익 부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으로부터 용서를 받아야 한다. 국민이 유승준을 환영하거나 최소한 그의 입국에 개의치 않는다면, 그가 입국해도 별다른 악영향이 없을 것이므로 그는 예외 조항 대상자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국민의 용서가 중요한데 지금처럼 유승준이 힘으로 한국 정부를 눌러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이면 용서가 힘들 것이다. 유승준은 한국인의 사랑을 배신했고 한국에 큰 상처를 줬다. 이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생긴다.


문제는 유승준이 한국에서 군대도 안 가고 처벌 받은 적도 없다는 점이다. 군대 또는 처벌, 둘 중의 한 가지는 거쳐야 병역기피 이슈가 마무리될 계기가 생기는데 유승준은 그게 없다. 때문에 매우 크게 사죄의 진정성을 이해받지 않는 이상 여론의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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