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부린이·요린이'는 아동 비하…인권위 "사용 자제해야"

인권위 "'~린이' 부정적인 고정관념 조장할 수도"

문체부 "정감있는 표현이란 견해도"

국립국어원 "차별적 표현 범위 명확지 않아"

어린이날 100주년을 이틀 앞둔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꿈새김판에 '어린이들의 꿈이 서울의 미래입니다'라고 적혀 있다.ⓒ뉴시스

100번째 어린이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린이' '부린이' 등 초보자를 어린이에 빗댄 신조어가 어린이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3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공공기관의 공문서 등에 '∼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홍보·교육 등 방안을 마련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는 방송과 인터넷 등에서 이 같은 표현이 쓰이지 않도록 점검하는 등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의견을 표명했다.

어린이는 사전적으로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춰 이르는 말이지만, 최근에는 어떤 분야에서 실력이 낮은 사람을 뜻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주식투자 초보자는 '주린이', 부동산투자 초보자는 '부린이', 요리 초보자를 '요린이'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앞서 인권위에는 '어떤 것에 입문했거나 실력이 부족한 사람'을 어린이에 빗대 '∼린이'로 일컫는 것이 아동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라는 취지의 진정이 제기됐다. 인권위는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진정을 각하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아동 비하 표현에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관계 기관에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린이' 표현은 아동이 권리의 주체이자 특별한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하는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아동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표현이 무분별하게 확대·재생산되면서 아동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평가가 사회 저변에 뿌리내릴 수 있고, 이로 인해 아동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유해한 환경 속에서 성장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는 "어떤 일에 아직 미숙한 사람을 비하하는 의미보다는 정감있게 표현하는 것으로, 차별적 표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도 병존한다"고 인권위에 의견을 밝혔다.

국립국어원도 "차별적 표현의 정의와 범위가 아직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린이'가 차별적 표현에 해당하는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해져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