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쉴더스, 구주매출 비중 46.7%
LG CNS·11번가, 실적 대비 고평가
SK쉴더스가 상장 계획을 철회하자 시장은 원스토어와 LG CNS, 11번가의 기업공개(IPO)가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이 공모주들도 SK쉴더스의 수요예측 참패의 원인인 '고무줄 공모가'와 '높은 구주매출 비중'이 관측되기 때문이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는 지난 6일 코스피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공모가가 희망밴드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자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일반청약 진행 전에 발을 뺀 거다.
SK쉴더스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IPO 계획을 철회한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수요예측 실패의 원인을 외부요인으로 돌렸지만 업계는 고평가 논란과 구주매출 비중 등 내부요인에 발목이 잡혔다고 보고 있다. 흥행실패는 사전에 예고됐다는 지적이다.
SK쉴더스 이번 IPO를 통해 총 2710만2084주를 공모했다. 이중 신주발행은 1445만4445주(53.3%)이고, 구주매출은 1264만7639주(46.7%)나 된다. 이는 올해 공모주 중 구주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던 인카금융서비스(31.8%)를 압도하는 수치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SK텔레콤이 SK쉴더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함께 한 프라이빗에쿼티(PE)의 구주 매출로 추정된다"며 "공모를 통한 현금 유입 중 절반이 회사가 아닌 PE 측으로 유입된다는 점은 멀티플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SK쉴더스는 공모가 밴드를 산정하는 데도 비교집단(Peer)으로 에스원, 안랩, 싸이버원, 타이완세콤 등을 선정해 '적절성' 논란도 제기됐다.
회사는 적용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 거래배수 14.86배로 할인율 33.6~16.9%로 산출해 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SK쉴더스의 지난해 매출은 1조5497억원으로 비교집단에 넣은 에스원(2조3125억원)보다 1조원가량 낮아 시장의 시선은 차가웠다.
이에 공모 청약을 노리는 투자자들 사이에선 "공모자금의 절반 가까이가 기존 주주에게 돌아가는데 공모가 마저 부풀려 주주이익만 대변하는 IPO"라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SK쉴더스에 제기됐던 비판은 이번주 수요예측에 돌입하는 원스토어와 IPO를 준비 중인 LG CNS, 11번가 등 대어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원스토어는 이번 IPO로 총 666만주를 모집하는데 이중 29%인 193만5000주가 구주매출이다. 원스토어는 지난해 58억원의 투자손실을 낸 적자기업이지만 공모가 산정 비교그룹으로 알파벳, 애플, 카카오 등을 올렸다.
회사는 적정성 논란에 텐센트,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으로 비교그룹을 바꿨지만 공모가 밴드는 3만4315원~4만1697원에서 3만4327원~4만1720원으로 되레 높아졌다.
하반기 IPO를 검토중인 'LG CNS'와 '11번가'도 구주매출 비중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20년 LG CNS의 최대주주인 LG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 PE본부에 지분 35%를 매각했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사모펀드 H&Q 등에 지분 18.2%를 주고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를 얻어냈다.
양사는 각각 7조원과 5조원의 기업가치를 원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다면 '고평가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LG CNS의 영업익은 3286억원이고, 11번가는 영업손실이 69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PO로 대주주 주머니를 채우는 모습을 좋게 볼 투자자는 없다"며 "구주매출 비중을 큰 폭으로 줄이거나 공모가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