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폭락 직후에야 등급 조정…신뢰성 훼손
쟁글 외 대안 전무…지원 통해 신규 진입 독려
테라폼랩스의 가상자산 테라와 루나가 취약성을 노출하며 폭락한 가운데 쟁글의 가상자산 평가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루나 폭락 사태 속에서도 쟁글이 해당 가상자산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상자산 평가 시장에서 쟁글 외의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 독점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쟁글은 루나의 등급을 시세가 폭락한 이후인 지난 11일이 돼서야 기존 A+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시장에서 루나가 지난 10일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조치라는 분석이다.
테라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고정 가치가 1달러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최근 고정 가치가 무너지면서 가치 안정화를 위해 고안된 암호화폐 루나도 덩달아 추락했다. 이달 1일까지만 해도 국내외에서 10만원대에 거래되던 루나는 6일 즈음부터 떨어지다 9∼10일 99% 넘게 폭락한 바 있다.
A+등급의 경우 우수한 프로젝트로써 발행한 가상자산이 향후 적극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높은 안정성을 바탕으로 자체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가상자산으로 분류된다. BB등급 역시 현재의 사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평가다. 외부 환경 악화 시 안정성 저하가 높지만 보통 수준의 프로젝트로 여겨진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상자산 평가사가 실력을 인정받으려면 사전에 위험성을 감지하고 적절한 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 된다”며 “사전 예측이 어렵다면 신속하게라도 투자자들에게 경고를 전파해야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평가사들이 해당 코인의 백서와 거래량 등 현재의 동향을 중심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미래의 변수를 예측하는 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제한된 정보만으로는 위험성에 대해 과감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인 발행사의 경우 공시 의무가 없는 만큼 가상자산 평가사들이 해당 코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 때 전달 받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이는 위험성에 대한 평가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내리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상자산 평가 시장의 구조개선 목소리가 높다. 일부 업체에 편중돼 있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시각의 정보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많은 업체들이 가상자산 평가 시장에 진입했거나 준비 중이지만 쟁글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곳은 전무한 상태다.
김 교수는 “정책 지원이 과도할 경우 시장 개입에 대한 반발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자생하는 게 가장 좋다”며 “다양한 업체의 참여를 유도해 자율 경쟁을 통한 업체들의 서비스질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현재의 평가 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며 “가상자산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만큼 정책적 지원 등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고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쟁글 측은 평가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정 코인의 가격이나 방향성에 대해서 예측하거나 추정하지 않는 만큼 그 동안의 지표를 바탕으로 중립적인 평가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쟁글 관계자는 “루나 테라의 경우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취약점에 대해 과거 질적 평가 하향조정 항목에 리스크로 지적했던 부분”이라며 “해당 리스크가 확대되고 프로젝트의 흐름이 바뀌는 상황이 왔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등급을 하향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등급 조정까지 이루어지기 이전에 투자자들에게 해당 리스크를 다룰 수 있는 방법을 다변화하고, 등급 조정 프로세스 역시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