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바닥 밑에 지하실', 43주 째 하락장세
"한동안 반등 어려울 것"…수요 넘어선 공급 지속
세종의 한 아파트에서 1년 새 50% 가까이 빠진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 단지 외에도 하한가인 30%까지 빠진 곳이 수두룩하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천정부지 치솟던 집값이 제자리를 찾는 것을 넘어 추락하는 데까지는 1년여가 채 걸리지 않았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4단지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지난 13일 4억2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직전 신고가인 7억9000만원과 비교해 49%(3억8800만원)가 하락한 것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렇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7개월만이며, 4억200만원은 해당 주택형의 2년 전 가격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이 외에도 종촌동 가재12단지중흥S-클래스센텀파크2차는 전용 108㎡ 지난달 8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신고가(10억7000만원) 대비 2억1000만원이 하락했다.
최근 세종시 집값은 코인판을 방불케 한다. 지난해에는 30~40%가 우습게 오른 상승장이었다면 올해 들어선 하한가가 속출하는 폭락장으로 이른바 '바닥 밑에 지하실'이라는 격언이 거듭되고 있다.
실제로 세종 아파트값은 한국부동산원 기준 지난해 7월 넷째 주 하락세(-0.09%)로 돌아선 뒤 42주 연속 하락장이다.
그렇게 불안해진 집주인들은 하나 둘 물량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매물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물량은 소화되지 않고 있다. 전날 기준 세종시 아파트 매매 매물은 5073개로 하락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8월(2363개)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세종의 집값이 곤두박질 친 까닭은 수요를 넘어선 공급에 있다. 아실에 따르면 세종 내 아파트 연간 적정 입주 물량은 1890가구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만4769가구, 2018년 1만2292가구, 2019년 8738가구, 2020년 4287가구가 공급됐고, 지난해에는 7668가구가 입주했다. 올해 역시 2284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재고주택 매물까지 합하면 적정 수요를 한참 넘어선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세종의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종 부동산 시장은 단기간 내 반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수요를 넘어선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고 인구의 유입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이어 "한동안 현재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을 통해 집값이 줄어드는 방식인데, 집값이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