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과 가깝고 접근성 뛰어난 김포공항,
국내 여행객 절반 실어나르는데 폐쇄?
인천공항 슬롯 부족·관계사들 생업도 난제
6·1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도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내놓은 김포공항 이전에 대한 항공업계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해당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국내 여행객 감소 가능성은 물론 항공 산업 전반에 미칠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인천 계양을에서 당선된 이재명 고문은 앞서 지난달 27일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정책 협약을 맺고 "김포공항을 이전해 인천 계양과 경기 김포, 서울 강서 일대 수도권 서부를 개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포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서,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업계의 후속 논의는 지속되고 있다.
김포공항 이전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김포공항 폐쇄가 국내여행 산업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김포공항은 중부권 거점 공항으로 국내선 여객의 상당수를 실어나르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내선 여객의원 총 2342만8950명 가운데 김포공항을 이용한 인원은 782만5000명로 33.4%를 차지했다.
김포공항이 서울 도심과 가깝고, 지하철과 버스 노선이 잘 갖춰져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강점을 십분 발휘한 결과다.
특히 제주 관광객이 감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제주행 승객의 과반이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탑승한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제주도를 오간 항공 여객인원 총 919만6873명 가운데 57.9%(532만1017)가 김포~제주 노선을 이용했다.
접전 끝에 제주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결과적으로 영향일 좀 있었다"며 제주 민심이 이 공약에 부정적으로 반응했음을 시사했다.
인천공항이 김포공항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코로나 이전에는 인천공항의 슬롯(시간당 최대 이착륙 가능 횟수)이 모자랐다. 항공기가 날아다닐 공역도 부족하다.
두 공항의 수요를 합치면 부족한 슬롯만큼 노선을 감축해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도 "김포공항 수요를 인천공항에서 전부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설사 인천공항 확장으로 수요를 감당해낼 수 있게 되더라도, 김포공항에 종사하는 관계사들도 고려해야 한다. 식당과 숙박시설 등 김포공항 근처 상권이 발달해 있는 상태에서 공항이 이전하면 주변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얘기인데 근거가 매우 부족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며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또 없던 일처럼 서서히 사그라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인천공항 확장은 그것대로 진행하더라도, 김포공항에 대한 자체 수요 역시 충분하다"며 "제주에 가기 위해 인천공항까지 이동해야 한다면, 실제 비행시간보다 비행기를 타러 가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는데 상식적이지 않은 정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