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연평도 등 생존 장병·유가족
국방부 의장대 도열해 이들 맞이해
"영웅들 기억…예우 소홀함 없을 것"
유가족 "北 비난 한마디 못했던 지난 정부에 가슴 아파"
취임 후 연일 '안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엔 호국 영웅 20인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가지며 국가 차원의 예우와 보훈체계 확립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9일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이라는 이름으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및 전준영 천안함생존자예비역전우회장 등 천안함 생존 장병·유가족과 연평해전 및 연평도 포격사건의 생존 장병·유가족, 목함지뢰 사건 피해자 등 총 20인을 대통령실에 초청했다.
이 자리에는 천안함 폭침 사건의 희생자인 故 민평기 상사 모친이자 지난 2020년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천안함이 누구 소행인지 말씀을 좀 해달라"고 물어 화제를 모았던 윤청자 여사도 포함됐다.
초청 인사들이 대통령실로 입장할 때 국방부 의장대가 도열해 이들을 맞아 눈길을 끌었다.
사전 환담이 이뤄진 용산 청사 5층 소접견실에는 순직 장병 및 유가족의 사진을 담은 액자 10개가 놓여졌고, 액자별로 사진에 대한 설명이 적혔다. 자리에 배석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윤 대통령 및 초청 인사들과 함께 액자를 둘러보며 관련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순직 장병들의 사연과 유가족들의 근황 등을 청취한 윤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된 질문을 건네고, 유가족과 함께 액자를 들고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사전 환담을 마친 윤 대통령과 초청 인사들은 대접견실에 마련된 오찬장으로 이동했다. 오찬 메뉴는 한식도시락이었다.
식사 전 인사말을 통해 윤 대통령은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다"며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 연평해전 6분의 용사와 연평도 포격전 두 용사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에게도 더욱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나라를 지킨 영웅들을 제대로 예우하고 유가족들의 억울함이 없도록 따뜻하게 모시는 게 정상적인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며 "제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마음은 지금도 똑같은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국민과 함께 국가의 이름으로 나라를 지킨 영웅들을 기억하고, 그 예우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가가, 또 그 나라의 국민이 누구를 기억하느냐는 것이 그 나라의 국격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며 "국방과 보훈은 동전의 양면으로, 확실한 보훈체계 없이 강력한 국방이 있을 수 없고 보훈체계는 강력한 국방력의 기초"라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앞으로 제가 우리나라의 국방을 책임지는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여러분을 지켜드리겠다"고 힘줘 말하자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비공개 오찬에서도 "호국 영웅들의 희생을 이제까지 국가가 제대로 예우하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 호국 영웅에 대한 예우가 국민통합의 시작"이라며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청 인사들을 대표해서 마이크를 잡은 최원일 전 함장은 "바쁘신 국정에도 유족들과 장병들을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특히 감사드린다"며 "현 정부 들어 호국과 보훈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해 주는 윤 대통령과 현충원에서 양복 대신 작업복을 입고 묘비를 닦아주던 박민식 보훈처장의 모습에 저희는 감명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최 전 함장은 "그런데도 여전히 한반도 평화를 이유로 북한의 도발이 북한 소행임을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세력들에 의해서 저희들은 계속 상처를 받고 있다"며 "제발 이 나라에서 저희들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족이고, 생존 장병이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최 전 함장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 그리고 지금 이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지키는 모든 분들이 예우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실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연평도 포격전 참전용사인 故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인 김오복 여사는 "아직도 연평도 포격으로 말년휴가를 나오던 도중 부대로 복귀하다 전사한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휴가로 들떠있던 아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고 돌아봤다.
김 여사는 또 "평화라는 이름으로 비난 한마디 못 했던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에 가슴 아픈 시간을 보낸 만큼, 이제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당당하게 북한의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측은 오찬이 종료된 후 서면브리핑을 통해"이번 소통식탁은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약속대로 호국영웅들과 유가족들과의 일회성이 아닌 지되는 만남을 이어가며 영웅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 정부처럼 정치적 환경에 따라 호국영웅들이 국가에 냉대받고 소외당하거나 평가절하되는 일이 없이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합당한 예우를 받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