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달러 신종자본증권 흥행 성공
자산 건전성 경쟁력 스포트라이트
보험업계가 채권을 통한 자본 조달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교보생명이 대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자산 건전성이 악화된 경쟁사들과 달리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며 안정성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9일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이번 발행 규모는 한화로 약 6250억원 규모이며, 5.9%의 발행 금리로 전액 해외에서 발행한다. 만기는 30년이지만 5년 경과 후 조기상환(콜옵션)이 가능하다. 앞서 진행된 수요예측에서는 발행예정금액이 7배 수준인 36억 달러 수요가 몰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는 최근 보험사들이 잇달아 수요 미달을 기록하며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은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8일 진행한 후순위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채우지 못했다. 애초 모집액은 3000억원 규모의 10년 만기, 5년 조기상환 구조였으나 수요예측에서 총 293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 증액도 고려했지만 일부 미달이 발생한 것이다.
흥국화재는 지난달 31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300억원 자금을 조달했다. 다만, 앞서 시장에서 실시한 수요 예측에서 전체 물량의 10%인 30억원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미매각물량은 주관사인 메리츠증권이 전액 인수했다.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도 지난 30일 신종자본증권 수요 예측에서 미달을 기록했다. 1570억원이 모여 0.7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낸 것이다. 코리안리는 희망금리밴드 범위 밖으로 들어온 수요까지 합쳐 2300억원을 발행했지만 당초 증액 한도로 열어뒀던 3000억원을 채우지 못했다.
최근 보험사들이 투자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시장에 자본성 증권 발행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보험사가 가진 채권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 지급여력(RBC) 비율이 당국 권고치인 150% 밑으로 떨어지는 보험사가 나오는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빚을 내 자본을 쌓아야 하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최근 시장에는 역대급 물량이 쏟아졌다. 보험사들이 지난달 발행한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 규모는 3조원에 육박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인 2조2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낮아진 신용등급도 기관들의 투자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 한화생명의 경우 국내 신용평가 3사로부터 받은 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떨어졌고, 후순위채와 영구채 등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도 AA에서 AA-로 하락했다.
수요 부진에 보험사들은 채권 금리를 높이면서 이자 부담을 떠안는 중이다. 흥국화재는 희망금리밴드 상단인 6.5%로 최종 금리를 확정했고, 코리안리 역시 희망금리밴드 상단인 4.9%로 채권을 발행했다.
반면 교보생명의 경우 안정적인 자본 적정성으로 투자기관들의 수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보생명 RBC비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205.1%으로 지난해 말보다 61.5%p 떨어지긴 했지만 비교적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 3사로부터 받은 신용등급도 AAA로 유지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국내외 금리 상승 등 자본시장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수한 대외 신인도를 바탕으로 해외 채권투자기관의 수요가 몰렸다"며 "최근 관심이 높아진 ESG채권 형태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도 투자 수요를 끌어당긴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