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오른 가격과 '갭' 메우기 예상, "상승 가능성"
"매수 수요 적어, 매매가 밀어 올리진 못할 듯"
부동산 시장의 하향 안정세가 지속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관건은 8월이다. 2년 전부터 시행한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썼던 전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시점인데, 전셋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보통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고 가격이 오르게 된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다. 계약갱신계약이 끝난 전세는 신규 전세로 전환돼 전·월세 상한제에 따른 보증금 '5% 인상 룰'을 적용받지 않는다. 가격을 정하는데 있어 제한이 없어지는 것인데, 그간 벌어진 가격의 '갭'을 메우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가 2020년 7월 말 임대차3법 시행(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우선 시행) 이후 전세가격 누적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전국 평균 27.6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 요소도 감지되고 있다. 전세매물이 늘어나고는 있다지만, 절대적인 양으로 보면 여전히 적다. 이날 기준 서울의 전세물건은 2만6940건으로 세달 전과 비교하면 14%가량 줄었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전세가격전망지수도 100.7을 기록했다. 부동산중개업자를 대상으로 조사·발표하는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커질수록 전셋값 상승을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도 다시 꿈틀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6월 첫째주(6일 기준)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보합 전환했다. 최근 2주 연속 -0.01% 변동률을 기록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3주 만에 보합으로 전환한 것이다.
만약 우려대로 전셋값이 크게 튀어 오르면 매매 수요도 자극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크게 오른 전세금을 감당할 바에는 임대 수요가 '사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입주물량이 가격을 방어할 만큼 받쳐주지 못하고 있어, 전세대란이 올 가능성은 있다"며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수요가 늘면서 매매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출과 관련한 정책이 정리되는 시점부터 본격적인 매수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의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8326가구로 조사됐다. 이는 상반기(1만3826가구)보다 39.8% 감소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2만3975가구로 2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전셋값이 매매가를 밀어 올릴 상황까진 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매수수요가 크게 생겨날 것이라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대란은 올 수 밖에 없다"며 "4년간 보증금을 올릴 수 없다는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전세가격이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양상은 나타나기 어렵다"며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등 대내외적 경제 침체로 수요자들이 집을 사는데 두려움을 가진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세 대란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의견도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고,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무작정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집주인들도 전세를 내주려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