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수입액 99.9%가 중국산…국내 중기는 가격경쟁력서 밀려
막걸리는 제도 도입 후 시장 축소, 10년 만에 제자리 되찾아
발효식품 ‘장류‧김치’, 식품위생관리 중요…대규모 선행 투자 역부족
지난 2011년 도입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는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이 제도는 대기업의 신규 진출과 인수합병 등 사업 확장을 제한해 중소기업 생태계를 보장한다는 명분을 들어 도입됐다.
첫 해 김치, 두부, 떡, 장류, 막걸리 등 37개 품목이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후 중기적합업종에 선정됐던 상당 업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기간 제한이 무의미해졌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제도의 울타리에서 보호를 받은 업종들은 자생력을 기르기보다는 오히려 경쟁력이 하락해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외국 자본에 잠식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제도 도입 첫해 중기적합업종으로 선정된 김치의 경우 당시 대기업은 일반식당과 대학 식당 등에서 사업을 철수해야 했다. 중‧고교 급식과 군납 시장에서는 확장이 제한됐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도 자제하라는 권고가 내려졌다.
권고였지만 당시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탓에 기업입장에서는 사실상 의무사항과 같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10년이 지난 국내 김치시장은 사실상 중국산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식당과 구내식당, 급식 시장의 경우 85%가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김치(HS코드 2005.99.1000) 총 수입액은 1억4074만2000달러로 집계됐다. 이중 중국산은 1억4073만7000달러로 사실상 99.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중국 김치 수출액은 13만4000달러로 연간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1억4060만3000달러에 달한다.
중국산 김치의 위생문제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지만 국산 제품과의 가격 차가 크다 보니 수익성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중국산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처럼 각종 식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엔 더 그렇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김치의 경우 다른 식품과 달리 재료 가짓 수가 많다 보니 중소 김치제조업체가 중국산과 가격 경쟁에서 앞서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렇다고 수출에 집중해 활로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치는 발효식품이다 보니 다른 식품에 비해 수출 시 해당 국가에서 각종 위생 검사를 통과하기가 더 어렵다”며 “대기업들도 수년씩 시설 투자를 지속한 끝에 최근에서야 수출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막걸리 시장의 경우 제도 도입 후 한동안 침체를 겪었다.
김치와 함께 중기적합업종 도입 첫해 선정된 막걸리도 대기업의 내수시장 진입이 제한됐다. 내수 판매를 위한 신규 설비 투자 제한과 더불어 지역 유통 및 제조업체에 대한 기업 인수합병도 자제토록 했다.
적합업종 지정 전 5000억원대였던 국내 막걸리 시장은 시장경쟁이 제한되면서 3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가 최근 몇 년 새 한류 열풍에 따른 수출증가와 MZ세대 수요 증가 덕분에 작년 기준 5000억원대를 다시 회복했다.
하지만 주요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을뿐 지역 양조장의 어려움은 여전한 상황이다.
고추장, 간장, 된장 등 장류의 경우에도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1년 중기적합업종에 이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며 지속적으로 법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대기업 제품이 소매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다.
장류의 경우 김치와 마찬가지로 발효식품이라는 점에서 식품위생관리가 중요하고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 중소기업에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를 받는 대기업들은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 제과점업종처럼 국내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계 기업이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대기업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장류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중에서도 오랜 기간 전통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도 많은데 지속적인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가업승계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경우엔 대기업이 투자해 판로나 제품 개발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규제로 다 막아 놓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유통중기 잔혹사③] “진입 막는게 최선은 아냐…선순환 생태계 조성 중요”>에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