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딴 규제 정책으로 기업 경쟁력↓
기업들 갈수록 경쟁력·입지 좁아져
“현실에 맞게 완화해야 산업도 성장”
전문가 “토론과 타협 문화 정착해야”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반짝반짝 빛나던 국내 유통·식품업계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원재료 값 급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정부의 잇딴 규제 정책으로 경쟁력 마저 떨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중기적합업종, 가맹사업법 등 업종별 대표 규제를 현실에 맞게 완화하고,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기업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생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단순하게 대기업의 진출만 막아서는 중소기업 육성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국내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윈윈’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호 산업연계성을 강화하는 등 상생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 대기업 때려 잡기식 ‘그만’…“규제 그림자 걷어내야”
식품 기업들은 경제 회복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새 정부의 역할로 ‘법·제도 및 규제 개선’을 첫 손에 꼽고 있다. 기업활동을 억누르는 각종 규제를 개혁하고 민간 중심의 혁신성장을 일궈내 시장경제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식품 기업들은 ‘먹는 입’이 지속해서 줄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출산율 감소로 매년 매출 하락이 가시화 되면서 기업들의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먹거리 증가와 더불어 치열한 기업간 경쟁 역시 우려를 높이는 대목으로 통한다.
이런 데도 기업의 성장의 날개를 꺾는 규제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그동안 ‘반쪽짜리’ 규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에도 여전히 기업의 신규 진출과 인수합병 등 사업 확장을 제한해 중소기업 생태계를 보장한다는 논리를 펼치는 중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해 국내 식품 대기업 관계자들은 동반 성장에 대한 여론을 의식, 대놓고 반발은 못 하면서도 자칫 규제가 더 심해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단순히 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장 크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김치나 장류는 한국 고유 발효 식품으로 발효기술과 최적의 환경에서 숙성하는 기술이 핵심인 사업이므로 R&D 투자 및 연구개발은 국내 산업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국내는 물론 글로벌 투자를 위한 자원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거 그는 “이런 관점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시행시 대기업의 사업에 대한 R&D 투자, 한식 세계화, 업계 상생활동 등 기존 계획 수정은 불가피하다”면서 “이는 결국 해당 산업 생태계의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은 규제가 아닌 지원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바라봤다. 또 토론과 타협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기업은 중기의 아픈 부분을 보듬고, 중기도 대·중견기업의 불만을 경청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골자다.
또 다른 식품 업계 관계자는 “최근 김치나 장류 등 산업은 소비자 식생활의 변화로 가정 간편식, 각종 소스류의 발달에 밀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더 높은 품질과 저렴한 제품을 요구하는 소비자 니즈에 부응하고 한식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기업 규제가 아닌, 소상공인에게 보다 직접적인 지원이 가능한 정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이어 “장류 산업 자체를 규제하기보다는 대기업의 기술력과 유통력을 바탕으로 소상공인과의 상생협업을 통해 동반 성장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학계 전문가들 역시 소모적인 적합업종 논란을 끝내려면 정확한 업종·시장 분석을 통한 객관적 평가가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서로 헐뜯을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양보하고, 중소업계도 자구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합업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문제의 원인이 외부환경인지, 잘못된 경쟁구조 때문인지, 중립적 입장에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들어와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서로 잘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또 적합업종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강제 도입된 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제라도 민간이 앞장서 토론과 타협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중견기업은 중기의 아픈 부분을 보듬고, 중기도 대·중견기업의 불만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규제 중심의 정책을 펼치다보니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또다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가는 문턱이 너무 높아졌다”며 “산업간 경계 자체도 허물어지고 있는 현 시대라는 점을 감안해 친기업적인 정서를 가진 이번 정부가 과감한 규제를 할 때다”고 조언했다.
이동주 건국대 경영학 박사도 “지금까지는 적합업종 지종으로 인해 대기업과 중속업이 대립적인 모습을 띠었지만 갈수록 구산업과 신사업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한쪽을 누르는 방식 보다는 국가의 산업구조와 발전을 염두해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열린 마음으로 인식해야 한다. 기업에 혜택을 주고 어려운점을 도와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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