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전환, 임대료 감면 연장 등 희소식에 찬물
가격 경쟁력 약화…해외직구, 온라인몰과 가격 역전 현상도
엔데믹 전환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고 있지만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면세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면서 면세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어서다.
대대적인 할인 행사와 더불어 달러 환율 상승분을 보전해주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을 약화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298원 가까이 치솟으면서 또 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으로 13년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15일에는 올해 최고치였던 1290.5원을 기록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이 1290원 이상으로 마감한 때는 2009년 7월 14일(1293원)이 마지막이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면세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엔데믹 전환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고, 이달 말로 종료 예정이던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도 연말까지 연장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면세품의 경우 달러를 기준으로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현재 같은 달러 강세 상황에선 가격경쟁력을 잃기 쉽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외직구나 국내 온라인몰을 통해 구매하는 게 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달 말부터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여름 정기세일에 들어가는 만큼 각종 프로모션과 할인쿠폰 등을 이용하면 굳이 더 비싼 면세품을 구입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미 화장품 등 면세점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부 상품의 경우 면세점 가격이 더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 시즌이 시작되는 만큼 향후 달러 강세 기조가 지속될 경우 이 같은 현상이 짙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면세점도 대대적인 할인 행사와 함께 환율 상승분을 보전해주는 프로모션에 나서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될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난 2년여 간 중국 보따리상 유치를 위한 수수료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이번엔 환율문제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개선이 더 어려워졌다”며 “이런 기조가 계속되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할인행사나 프로모션으로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고 이어갈 순 없어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한편 올 1분기 국내 대기업 면세점 4사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두 자릿 수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중국 보따리상 유치를 통해 매출은 증가했지만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수료도 치솟은 탓이다.
면세점 4사 중 롯데, 신세계, 현대 등 3사가 적자를 냈고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신라면세점도 작년 1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70%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