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협회 “금융사 알뜰폰 진출 반대…생존 위협하는 처사"

24일, '금융기관의 알뜰폰사업 진출을 반대한다' 입장문 발표

서울 종로구 서대문역 인근 알뜰폰 전용 오프라인 홍보관.ⓒ데일리안DB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금융기관의 알뜰폰 사업 진입을 강하게 반대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기관의 타 산업 진출을 제한하는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를 검토하면서 금융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에 가능성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24일 '금융기관의 알뜰폰사업 진출을 반대한다'라는 성명서를 통해 "거대한 자본력을 보유한 금융기관까지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중소 알뜰폰사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금융기관의 알뜰폰사업 진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 10월 은행사 중 최초로 알뜰폰 브랜드 'KB리브엠'을 선보이며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은 진출 이후 업계 최저가 수준의 요금제를 내놓으며 가입자 끌어모았다. 현재 KB리브엠 가입자는 30만명이 넘어선 상태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원칙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만약 금산분리 원칙이 완화될 경우, KB국민은행에 이어 다른 은행사들도 알뜰폰 진출을 타진할 수 있게 된다.

협회는 “알뜰폰사업 지속 성장과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 보완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의 알뜰폰사업 진출은 중소 알뜰폰사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는 알뜰폰 시장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공정한 경쟁을 조성하기 위한 확실한 제도가 없다"면서 "대기업이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도매대가 이하의 파격적인 요금제를 출시하고, 과도한 경품과 사은품 지급을 통해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가입자를 가져가도 중소기업은 대항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금융자본을 장악한 금융기업이 알뜰폰 시장에 진입할 경우, 자본력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중소 알뜰폰사업자들은 사업을 계속 운영하기 어려운 위기에 직면하게 되고, 많은 사업자가 시장에서 퇴출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전기통신사업법 38조의 개정과 보안도 요청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38조에 규정된 도매대가 산정방식은 도매제공사업자의 소매요금(영업이익 100% 포함)에서 마케팅비용, 광고비용 등의 회피가능비용을 제외하고 산정(Retail Minus 방식)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통사의 영업이익이 100% 보전되는 방식이다.

협회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이 방법은 도매대가가 지나치게 높아질 뿐 아니라 교환설비, 전송설비 등 중요한 설비에 대한 투자비 회수가 어렵게 된다. 또 설비기반 알뜰폰사업자의 등장이 어렵게 되는 등 알뜰폰사업의 다양성 확대와 고도화가 어려워진다.

이들은 전기통신사업법 부칙 제2조인 '도매제공의무' 폐지도 촉구했다. 협회 측은 "이동통신사업자(도매제공의무사업자)의 도매제공의무가 법에서 정한 기간이 지나면 없어지도록 일몰 규정을 두고 있다"면서 "알뜰폰사업자의 장기적인 투자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알뜰폰사업의 존립 자체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