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장관 전날 직접 브리핑 내용에
"보고 못 받아…정부 공식 입장 아냐"
혼란 빚어져…"대통령 모르는 정책?"
대통령실 "尹, 최종안이 아니란 설명…계속 보고 받았다" 해명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고용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보고를 못 받았다"고 한 발언으로 인해 정치권에 온종일 혼선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표현상 오해가 있었을 뿐 정부, 여당과 엇박자를 낸 것은 아니라며 수습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전날 노동부의 발표에 '주52시간제 유연화' 내용이 포함돼 노동계의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에 언론에 나와 확인해봤다"고 언급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노동부에서 발표한 게 아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노동부에다 민간연구회 등의 조언을 받아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 검토해보라'고 이야기 한 사안"이라며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전날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개편하겠다는 내용을 직접 브리핑한 만큼, "보고도 받지 못 했고 정부의 공식 입장도 아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답변에 물음표가 제기됐다.
일각에서 노동부가 정책 발표를 하기에 앞서 대통령에 대한 보고를 누락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고, 야권에선 "대통령도 모르는 설익은 정책발표가 어디 있느냐"며 공세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더해 노동부가 지난 21일 국민의힘 지도부에 보고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권성동 원내대표도 "보고를 받은 것이 있다"고 인정하며 혼란이 배가됐다.
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같은날 오후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이 언론 보도를 '최종안'으로 생각해 발언하며 착오가 생긴 것일 뿐 관련 보고는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하며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보고를 못 받았다고 한 것은 어제 이정식 장관의 발표가 최종안인 줄 알고 '아 내가 보고를 못 받은 것 아닌가'라 생각했던 것"이라며 "내용은 이미 앞선 국정과제에도 포함이 돼 있었고, 당연히 보고 자체는 계속 있었다. 보고를 못 받았다고 말한 건 최종안이 아니라는 설명을 드린 것"이라 주장했다.
또 "노동부가 사회수석에게 보고한 내용이고 수석도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윤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다 알고 계신 내용으로, 노동시간 유연화는 이미 대통령 머릿속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직후 혼선이 일어나자 브리핑에서 "어제 장관의 발표 내용은 정부의 최종 공식 입장이 아닌, 기본적인 방향과 향후 추진 계획"이라며 "노동시장 개혁의 최종안은 민간연구 결과, 현장 노사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확정한 뒤 정부 공식 입장으로 추후 발표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노동계의 반발로 인해 윤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좀 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이 방향대로 갈 것"이라 일축했다.
한편 최근 문제가 불거진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에 더해 주52시간제 개편을 둘러싼 혼선 등 정부 부처와 대통령실의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가 지속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습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민 불안을 가중시킨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경찰 인사 논란과 주52시간제 혼선이 너무 다른 내용이라 이를 한 데 묶어 어떤 큰 문제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며 "어쨌든 부처와 대통령실 간에 조율을 잘 하고 효율적으로 해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신경 쓰고 더 잘해내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