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보이스피싱인지 몰랐다" 항변에도 유죄…재판부 "간접 가담도 엄한 처벌 필요"
법조계 "고액 알바? 무조건 속지 말 것…불법성 의심되면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일은 쉬운데 돈 많이 주는 형태의 사이트 글 피해야…연루됐다 싶으면 바로 자수하는 게 중요"
"통장·계좌 명의 빌려주면 절대 안 돼…금융실명제 위반으로 처벌 가능성 높아"
보이스피싱 조직이 인터넷 채용사이트에서 고액 아르바이트(알바)를 미끼로 사회 초년생 등을 속여 현금 수거책으로 가담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담자들은 법정에서 '보이스피싱인지 몰랐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처벌을 피하기 쉽지 않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법조계는 무엇보다 '고액 알바'라는 문구에 속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의 통장·계좌를 절대 빌려줘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은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으로 근무하다 적발된 사회초년생 A(20)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A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알바를 구한다고 해서 간 것 뿐이며 담당 과장이라는 사람이 '채권 회수업무'라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이 피해 금액 7600만원 중 절반 가까이를 변제했으나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달 19일 인천지법에서도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하다 기소된 B씨(20)의 재판이 열렸다. B씨는 지난해 8월 3일부터 5일까지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3명에게 523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우리 재판부는 현금 수거책 같은 보이스피싱 범죄 단순 가담자라고 하더라도 엄한 처벌을 내린다. B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 조직을 도운 일인지 몰랐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가담하진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보이스피싱 범죄는 간접적으로 가담한 자라도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법조계 "일 쉬운데 돈 많이 주면 의심할 것"
법조계는 현금을 수거하던 중 불법성을 느꼈다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형사법 전문 임광훈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로) 돈을 수거해 나르던 도중 불법적인 것 같다는 의심이 들어서 자수할 경우엔 무죄가 선고되기도 한다"며 "이런 경우 법원에서도 '피고가 정말로 몰랐구나'라고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범죄에 연루되지 않으려면 '고액 알바'와 같은 키워드를 피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일은 쉬운데 돈을 많이 주는 형태의 채용 사이트 글도 무조건 피해야 한다"며 "혹시 연루됐다면 수사기관을 찾아가 자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법률사무소의 김성훈 대표 변호사는 "현금 수거책 등으로 일하고 불법성을 깨닫거나 의심하게 된 경우엔 수사기관에 선제적으로 신고하는 게 좋다"며 "가담자의 신고로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모아놓은 돈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기 전에 잡은 경우엔 법원에서 가담자의 죄책이 가볍다고 판단할 여지가 생긴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특히 자신의 통장이나 계좌를 빌려주는 것에 대해선 절대 동의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이것 자체가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받을 소지가 굉장히 크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