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예능에 스며든 범죄①] 탐사 보도로 다뤄지던 ‘범죄’, 예능가 트렌드 되다


입력 2022.07.06 13:30 수정 2022.07.06 10:3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꼬꼬무' '알쓸범잡' 등 '이야기화'된 범죄 예능 봇물

"생생한 사건으로 수사 현장 이야기 전달"

방송계에서 ‘범죄’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다만 과거에 범죄는 철저히 시사·교양의 영역이었다. 뉴스로 접하거나 고발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게 대부분이었다. 현재까지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PD수첩’, 그리고 지난 2019년 종영한 KBS ‘추적60분’ 등 사건을 추적하고 진실을 좇는 ‘탐사 보도’ 포맷이 그 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뿐만 아니라 실제 발생한 범죄 사건들을 일반적인 재연으로 보여준 뒤 해당 사건의 범인을 공개 수배하는 방식의 KBS2 ‘사건25시’, MBC ‘경찰청 사람들’ ‘리얼스토리 실제상황’ 등도 인기였다.


과거 방송됐던 범죄 프로그램들의 역할을 분명했다. 범죄 용의자나 미귀가 실종자를 공개 수배하는 식이다. 방송을 본 시민들이 신고를 하거나, 혹은 방송을 본 범인이 두려움에 빠져 자수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공개 수배 방송 중에 실시간 시민의 제보로 수배자가 검거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방송가에서 범죄를 다루는 방식엔 큰 변화가 생겼다. 사건을 겪은 인물의 시각에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거나, 범죄자의 성장 과정과 심리를 파헤치는 ‘이야기화’된 형식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시사·교양이 아닌 ‘예능’에서 범죄를 다루면서 생긴 변화다.


현재 시즌3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이하 ‘꼬꼬무’)가 대표적이다.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스토리텔링해 각자의 친구에게 1:1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시청자들이 사건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사건에 빠르게 몰입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꼬꼬무’는 첫 방송(2021.10.21.)부터 5.1%(닐슨코리아)의 높은 시청률로 출발해, 최고 6.4%까지 기록했다. 회차, 소재별로 약간의 등락은 있지만 꾸준히 3~5%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SBS 공식 유튜브 채널인 ‘SBS NOW’에 올라오는 방송 요약본 중 ‘1997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 탈옥수 신창원의 이야기’는 약 100만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고, 이 외에도 다수 영상들이 수백만 뷰를 기록 중이다.


ⓒSBS '꼬꼬무'

‘꼬꼬무’ 연출자인 유혜승 PD는 “술자리에서 선배들과 이야기하면서 나온 아이디어를 그대로 구현해낸 것이 ‘꼬꼬무’다. 어떤 스토리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하려는 의도로 만든 프로그램이 여기까지 온 것 같다. 특히 ‘꼬꼬무’가 끝날 때 이 이야기를 들은 당신의 생각에 대해 묻는데, 이것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면 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꼬꼬무’의 큰 성공은 유사 프로그램 범람의 도화선이 됐다. 한 방송사 예능국 관계자는 “‘꼬꼬무’ 등 일부 범죄 예능이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일으키면서 2등 전략을 목표로 제작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인기는 최근 뉴스나 유튜브 등을 통해 자극적인 사건들이 대중들에게 자주 노출됨에 따라 그만큼 관심이 높아진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 심리를 다루는 여러 프로그램들은 비슷한 포맷을 하고 있지만, 풀어내는 방식에 조금씩 차별화를 두고 있다. 2021년 4월 첫 선을 보이고, 지난 5월 시즌2를 마무리한 tvN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이하 ‘알쓸범잡’)은 범죄심리학자와 물리학자, 소설가, 법조인, 뮤지션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 실화범죄들을 돌아보는 식으로 구성됐다. 또 실제 현장을 뛰는 형사들이 출연해 수사 뒷이야기를 전하는 E채널 ‘용감한 형사들’, 재연 배우의 드라마와 범죄자들의 편지 등으로 범죄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채널A ‘블랙: 악마를 보았다’ 등이 대중을 찾았다.


일각에선 ‘범죄 예능 끝물’이라는 평가가 나오긴 하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의 수요가 높은 만큼 유사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만들어질 거란 방송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실제 지난달 30일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에서 새 범죄 예능물 ‘풀어파일러’가 론칭됐다. 이 프로그램 역시 범죄 프로파일링과 퀴즈쇼를 접목하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유튜브에 올라 온 해당 프로그램의 영상은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100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놀라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풀어파일러’를 비롯해 ‘용감한 형사들’ ‘블랙: 악마를 보았다’ ‘알쓸범잡2’ 등 다수의 범죄 예능에 출연한 권일용 교수는 무엇보다 생생한 사건을 통해 수사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범죄 예능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권 교수는 “범죄라는 것이 어둡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범죄의 실체를 전달한다는 게 쉽지 않다”면서 “범죄를 희화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왜 범죄자가 저런 생각을 했는지, 왜 저런 방식으로 했는지 경험해보면서 어떤 범죄들에 내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실질적으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중들이 쉽게 범죄를 이해하고 예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