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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격앙도 고민도 말고 그냥 정치인 써라


입력 2022.07.08 04:04 수정 2022.07.07 09:07        데스크 (desk@dailian.co.kr)

박사, 교수 전문성이 꼭 유능한 장관 보장 못해

돈, 음주, 논문 문제없는 사람 그렇게 없다니…….

나경원 윤희숙 김은혜, 대선 공신 여성 후보들

정책보다 인사 문제로 지지도 하락은 ‘억울’

ⓒ 대통령실

도어스테핑은 그래도 계속 하는 게 좋고, 하려면 지금처럼 아슬아슬한 맛이 없어지면 절대 안 된다.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동네 아저씨처럼 내뱉은 대통령 윤석열의 이 ‘격앙’ 답변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지지자들이 많다. 약식 회견 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조바심도 낸다. 올 것이 오고 있다는 듯한 걱정과 섣부른 패배의식(?)이 묻어난다.


물론 반대자들은 까마귀가 시체를 만난 듯 즐거운 비명이다. ‘할 줄 아는 게 문제인 정권 탓과 비교밖에 없다’는 식으로 비아냥댄다. 그리고 윤석열에겐 좀 아픈 외통수 반격을 하기도 한다.


“그럼 장관급인 검찰총장 윤석열 임명은 어땠는데?”


윤석열이 자기에 대한 인사까지 생각하고 저런 말을 했을 리 없다. 아마도 직접 겪어 본 법무부 장관, 즉 조국이나 추미애 박범계, 그리고 인사 청문회에서 웃음거리가 됐던 ‘월 60만원 생활자’ 황희, 문재인 정권 부동산 실정의 주무 장관 김현미, 탈원전 정책 충견(忠犬) 백운규 같은 이들을 염두에 두고 그랬을 것이다.


거칠긴 했다. 문재인 장관들이 586 운동권 출신 본인들이거나 그 아류(亞類)들로서 전문성, 도덕성 면에서 기준에 한참 못 미친 인사들이었다는 건 그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들 수준을 뛰어 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요구다. 그는 이 눈높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도어스테핑은 이미 윤석열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김종인은 없다고 한, 그의 대표 상품이다. 이번 ‘격앙 사고’에 흔들려 하나마나 한 ‘맞춤’ 답변으로 전환할 생각일랑 말라. 그러는 즉시 도어스테핑 가치는 빛을 잃고 만다.


윤석열이 전 정권과 비교를 한 것은 억울함과 답답함의 토로다. 전문성이 뛰어난 사람(그것도 여성으로)을 고르고 골라 지명했는데, 이미 재판이 끝났거나 언론에서 다뤄졌던 과거 몇 가지 문제들 때문에 낙마가 거듭되는 데 대한 불만이다.


진보 정권이건 보수 정권이건 장관 후보를 지명만 했다 하면 기어코 흠이 나오고야 마는 건 인간이어서 일수도 있고, 대한민국의 지식인이란 사람들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다. 왜 하나같이 돈, 음주운전, 논문 표절 문제없는 사람들이 없는 것인가?


문재인 정권 청와대에서 인사 검증 담당 민정수석을 한 조국은 문재인의 공약에 2가지를 보태 ‘7대 인사 검증 기준’이란 걸 만들었다. 이 기준에 조국 자신이 여러 가지 해당됐음은 물론 다른 모든 장관 지명자들이 최소한 하나는 걸렸으므로, 그냥 국민들에게 정권의 품질 과시, 선전용으로 내놓은 조건들이었다.


1. 병역 기피

2. 세금 탈루

3. 불법적 재산 증식

4. 위장 전입

5. 연구 부정행위

6. 음주운전

7. 성 관련 범죄


보통 국민들이라면 이 중에 하나라도 위반하기가 쉽지 않다. 벌 받을까 무서워서다. 그러나 대한민국 고위 공직 후보자들은 어찌된 일인지 하나도 모자라 몇 가지씩 ‘훈장’을 차고 있는 사실이 지명 며칠 후부터 언론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미스터리다. 이 나라는 범법 행위를 서슴지 않는 지식인들이 이끄는 사회인가?


대통령 윤석열이 임기 내에 이런 지난한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할 부담은 없다. 그런 사람들을 높은 자리에 앉히지 말아야 하는 게 그에게 요구되는 일인데, 이 일을 잘하려면 ‘전문성’을 우선순위에서 내려 놓는 것이 좋다.


그가 생각하는 전문성은 후보자들의 학력과 경력이다. 임면장을 주면서 “야당과 언론의 공세로부터 고생 많았다”고 위로한 행정학 교수 출신 교육 부총리 박순애는 미국 유명대에서 박사를 했다. 자진사퇴 형식으로 지명을 철회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식품약리 전문가 김승희도 미국 박사 학위 소지자다.


두 사람은 지명된 부처 업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분야 전공자는 아니다. 여성에 미국 박사라는 것 때문만으로 낙점된 것이다. ‘전문성’이 반드시 장관의 유능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이들은 음주운전, 정치자금 사적 사용 같은 일들로 품행에도 흠이 많은 인사들이었다.


전공을 따지지 않는다면, 국회와 언론의 검증 망을 무난하게 통과하고 대통령 국정 철학도 부처 업무에 잘 접목시키면서 능력을 발휘할 후보자로는 정치인이 최고다. 정치인들 중에서도 리더십 뛰어나고 개성도 강하고 똑똑한 여성 정치인이면 금상첨화다.


전 한나라당, 새누리당 대표 황우여(헌법학 박사, 74)는 지난주 한 인터뷰에서 정치인 발탁의 장점을 이렇게 말했다.


“인사가 어려울 때는 정치인을 기용하는 게 낫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뜻밖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반면, 선출직은 검증을 많이 받아온 사람들이라 언제든 관직에 나가도 큰 흠이 안 잡힌다.”

장관 후보로 꼭 여성에 국한할 필요는 없지만, 현직 여성 정치인들 중에 윤석열이 눈여겨볼만한 이들로는 나경원, 윤희숙, 김은혜가 있다. 다 손색없는 장관감들이다. 대선 때 윤석열 당선을 위해 목이 쉬도록 유세를 뛰어 다닌 ‘공신’들이기도 하다.


나경원은 장애 자녀를 두고 있는 어머니로서 최근 순천향대에서 명예 사회복지학 박사를 받았을 만큼 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다. 윤희숙은 경제학 박사인데, 현대 사회에서 복지는 곧 경제다. 김은혜는 민완(敏腕) 기자 출신으로서 적응 능력이 뛰어난 전천후 ‘전문가’다.


작금의 여론조사들은 대통령 지지도가 데드크로스를 이뤘다는 둥 윤석열의 심기를 건드리는 결과를 속속 꺼내 놓고 있다. 그는 “그런 거 신경 쓰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격앙도 고민도 하지 말고 그냥 정치인 쓰도록 하라.


취임 후 2개월 동안 나라를 정상화시키는 일을 착착 진행하고 있는 그가 장관급 지명자들의 음주운전, 성희롱 발언 문제 따위로 저토록 심하게 부정 평가를 받는 건 억울한 일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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