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협, 최저임금 인상 대응책으로 주장
편의점 본사 “현실성 없고 실현가능성 희박”
한편협 “다같이 불법 하자는 꼴” 비판
일부 점주 “고객 등 돌릴 가능성 높아”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된 데 반발해 일부 편의점 점주들이 심야에 물건값을 올려 받는 ‘심야할증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가맹본부와 점주 사이는 물론 협회 간 입장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지난 5일 GS25와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의 가맹점주(경영주)협의회로 구성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는 편의점 본사에 심야 할증제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정부터 오전 6시 편의점 이용객을 상대로 물건값의 5% 정도를 올려 받겠다는 게 골자다.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특성상 심야에는 인건비가 매출보다 커 물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만큼 늘어난 임금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심야시간 5%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편협에 따르면 편의점주들이 부담하는 한 달 평균 인건비는 현재 879만원 수준에서 내년에는 45만원 오른 924만원이 된다. 지금도 심야시간에는 인건비 대비 매출이 적어 이익이 거의 없는데 내년에는 적자가 날 수도 있다는 게 편의점주의 주장이다.
앞서 전편협은 성명서를 통해 “고물가, 고유가, 고금리, 고임금의 4중고를 겪고 있는 편의점주들의 현재와 미래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근무자의 인건비도 안 나오는 심야 시간 편의점 심야 할증제도 도입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계상혁 전편협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크다. 심야 할증제는 최소한의 자구책”이라며 "정부나 본사가 야간 인건비 부담에 대해 응답을 하면 된다. 특히 연말마다 편의점 본사에서 상생안을 발표하는데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감안해 응답했으면 하고 던진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빅4는 전편협의 심야할증제에 대한 공문과 협의 요청, 논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어 이러한 움직임이 추진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 업계는 무엇보다 법 위반 여부 등의 문제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걸림돌은 공정거래법과 가맹사업법 등 위반 여부다. 권장 소비자가가 아닌 전편협의 주장 만으로 전국 4만여개 매장의 판매가를 일괄적으로 올릴 경우 담합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A업체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위법 소지 문제가 있어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어려움을 보여주는 하나의 표현로 보인다”며 “사회적 동향도 살펴봐야 하고, 모든 점포의 점주들의 의견도 취합해 봐야 하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공감대 결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편협에서 요구하는 5%는 기준이 객관적이지 못한 데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오롯이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판매가는 올리지만 전체 매출은 떨어지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편의점 본사는 최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저가 도시락을 내놓는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이런 본사 행보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B업체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판매가를 올려봐야 100원 단위로 올리게 될 텐데 ‘편의점은 비싸다’는 인식만 심어줄 수 있다”며 “인건비가 부담된다는 것에 공감은 하지만, 심야 할증제 5%라는 기준도 객관적이지 않는 데다, 시간대 설정 등의 문제도 애매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편의점 가맹점주 모임인 한국편의점주협의회(한편협)도 본사와 의견을 나란히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강력 반발하지만, 심야할증제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협 관계자는 “택시 요금 할증제의 경우에는 법 시행령에 20% 올려 받을 수 있는 조항이 있지만 편의점은 그렇지 않다”며 “심야 할증제는 본사와 따로 논의할 내용도 아닐뿐더러, 다같이 손잡고 위법하자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일선 현장 가맹점주들도 심야할증제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 소비자들이 편의점을 등질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컸다. 섣불리 도입했다가 오히려 화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할증제를 도입했다간 유흥가를 제외하면 심야에 고객이 편의점을 더 찾지 않을 수 있다"며 "편의점 대신 생필품 배송앱이나 무인 할인점으로 발길을 옮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편의점 가맹점주도 “판매가를 편의점 자체적으로 올려 받자는 생각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며 “판매 채널이 편의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온라인 등 가뜩이나 더 저렴한 것을 구입하려는 경향이 큰데, 시대를 역행하는 꼴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