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주전거래'도 제안, 1억~2억원만 있으면 매수 가능
거래량 회복 조짐 없어…"대출 규제 등 집 살 사람 드물어"
금리 인상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조치로 매수세가 주춤하며 거래절벽이 이어지자, 매수자 모집을 위해 매도자들이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나섰다. 취득세는 물론 거래 시 발생하는 중개수수료도 매도자 측에서 부담하겠다는 것인데, 제때 집이 팔리지 않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8일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조건을 제시한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의 아파트를 매도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매도자는 "아파트앞 부동산 통해서 계약진행하고, 관련 비용은 매도자인 제가 부담하겠다"고 적었다. 매물의 거래 금액대가 8억3000만원이었는데, 해당 가격에 최대요율인 0.4%를 대입하면 중개수수료는 332만원 가량이다.
자금이 부족한 이들을 위해 갭투자 조건도 제시했다. 집주인이 새 매수자와 전세 계약을 맺는 형태인 이른바 '주전 매매' 방식을 통해서다. 새 매수자와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전세 계약을 맺어 1억~2억원 내 갭투자가 가능하도록 금액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입주 시기도 무조건적으로 맞추겠다고 밝혔다.
수원의 한 오피스텔 매도자는 1500만원에 달하는 취득세와 등기비용까지 지원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자 내놓은 일종의 고육책이다. 현재 시장에는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서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7.0으로 8주 연속 지수가 하락했다. 수도권의 경우 89.8을 기록하며 90 이하로 떨어졌는데, 수치상 수도권 매매수급지수가 90 이하로 내려온 것은 2019년 8월 12일(89.6) 조사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매매수급 지수는 기준값인 100을 밑돌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거래량도 회복될 조짐이 없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일 기준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81건이다. 아직 집계 기한이 한 달 가까이 남았지만, 크게 늘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5월 기준 올해 거래량은 682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2만1883건)과 비교하면 70% 가까이 줄었다.
서진형 주택공정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DSR 규제와 금리인상으로 실수요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진데다, 집을 사려고 해도 각종 세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동안 거래 절벽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매수세가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