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드래곤, 문경시 폐기물 부지 오픈 세트장으로 탈바꿈
2000년 KBS ‘태조 왕건’ 촬영지였던 경북 문경시는 야외 세트장으로 관광 특수를 누렸다. 폐광촌에서 역사 문화 관광도시로 탈바꿈했고, 드라마 종영 이후 3년 동안 촬영장을 다녀간 관광객만 470만 명, 수익만 50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제작사와 지역이 의기투합해 조성한 세트장은 지역주민의 문화생활과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됐다.
예를 들어 2001년 경남 하동군이 건립한 최참판댁 토지 세트장은 SBS ‘토지’(2004년), MBC ‘일지매’(2009), JTBC ‘인수대비’(2011), MBC ‘해를 품은 달’(2012), MBC ‘구가의 서’(2013), SBS ‘육룡이 나르샤’(2015(, KBS2 ‘구르미 그린 달빛’(2016), tvN '미스터 션샤인‘(2018) 등 다양한 드라마가 최참판댁에서 촬영을 했다. 경남 하동군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은 최참판댁 토지 세트장은 최근 경상남도가 한옥숙박단지 조성 사업을 발표하며 수익모델을 계속 변주하고 있다.
강원도 태백시는 2억 7000만 원을 들여 옛 한보광업소 터에 KBS '태양의 후예‘ 촬영지인 세트장을 복원해 2016년 8월에 개장했다. 메디 큐브, 군 막사, 응급실 등 드라마 속 특전사 알파 팀과 혜성병원 의료봉사단이 머물던 우루크 태백 부대를 재현했고 2017년에는 주연 배우 송혜교 송중기의 키스 동상과 송중기 군화 조형 물 등을 갖춘 태양의 후예 공원을 조성했다. 현재 시가 세트장을 관광지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 ‘무분별’한 야외 세트장 건립을 야기했지만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니라 한두 편의 작품 혹은 단기적인 관광 흥행만 노리고 건립을 추진했다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MBC '욕망의 불꽃'을 촬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울산 울주군의 드라마 세트장은, 관광객이 줄어들며 유지에 부담을 느꼈고, 세트장을 보수해 임대했다. 하지만 건물 안전진단 결과 C 등급이 나오자 철거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임대 사업자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철거도 활용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드라마 촬영 세트장도 방치돼 철거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SBS '천국의 계단'과 2007년 '칼잡이 오수정' 촬영지로 유명한 이 세트장은 드라마가 종영한지 오래되면서 존재 가치를 잃고 있다.
이러한 세트장들은 문경 세트장이나 최참판댁 토지 세트장과 같이 드라마나 영화의 장르가 맞으면 활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유사한 작품 몇 편으로 끝나고, 드라마가 잊히면 관광상품화된 세트장도 잊히길 마련이다. 최소 수천만 원의 관리비가 세금으로 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폐허가 되다시피한 세트장들이 환경을 해치는 주범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작용을 업계나 지자체 관계자들이 인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에 있는 세트장이나 로케이션으로 구현할 수 없는 공간들이 있기 때문에 또다시 새로운 세트장에 대한 요구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스러운 상황에 대해 몇 년 전부터 변화가 생겼다. 지자체도 무분별하게 유치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방송한 tvN '지리산'은 국립공원공단, 전북 문화관광재단과 MOU를 체결했다. 드라마 주 무대가 되는 해동분소와 비담대피소 등의 세트장 건립과 예산 등을 전북시로부터 지원받았다. 촬영이 끝난 후 남원시는 드라마 촬영지와 연결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명량', '한산: 용의 출연', '노량'의 영화제작사 빅스톤픽쳐스는 여수 진모지구 6만㎡ 부지에 55억 원을 들여 조선 수군의 본거지였던 진남관과 운주당 처소 등을 실제처럼 재현하는 등 대규모 영화 촬영장을 건립했다. 전라남도는 실내 세트장 건립 등에 5억 원을, 여수시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홍보에 따른 영화제작 장려금으로 8억 원을 지원했다. 여수시는 내년 2월 임대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는 사후 활용 방안과 철거 결정을 관광지 활용 가치를 고려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지난해 문경시와 업무 협약을 맺고, 경상북도 문경시 마성 하내리에 방치되었던 폐기물 부지를 드라마 오픈 세트장으로 탈바꿈 시켰다. 이 장소는 수년간 방치된 폐기물이 5만 톤이나 쌓여있었던 곳으로, 현재 방송 중인 tvN '환혼'의 배경이 됐다. 스튜디오 드래곤 측은 '환혼'이 가상의 세계가 배경이라 기존의 사극 세트장이 아닌 완벽하게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자, 넓은 부지를 물색하던 중 문경시와 협약을 맺고 세트장 착공에 들어갔다.
지역의 골칫거리였던 폐기물 부지가 드라마 세트장으로 환골탈태, 잠재적인 관광 자원으로 떠오른 이번 협업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 경영 사례에도 부합한다. 사회, 윤리적 가치를 반영한 사업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은 향후 문경시와 상호 협력하여 ‘환혼’ 드라마 세트장이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