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한 명의 작고 큰 연기들이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작품, 전체적인 그림이 재밌기를 바랐다.”
“어떤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왔다 갔다 하고 싶다. 다양한 걸 해보고파.”
늘 강렬한 캐릭터로 시선을 압도하던 배우 전종서가 ‘종이의 집’에서는 자신의 ‘개성’을 덜어냈다. 다수의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만큼 앙상블을 위해 톤을 조절하는 섬세함을 보여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작 속 도쿄와는 조금 달라지기도 했지만,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 믿었다.
전종서는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남한에 내려왔으나, 좌절을 맛본 뒤 강도단이 된 북한 이주 노동자 도쿄 역을 맡았다.
영화 ‘버닝’ 속 미스터리한 매력을 지닌 혜미로 데뷔한 전종서는 이후 연쇄 살인마와 자유분방한 청춘 등 강렬한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에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이 담긴 ‘종이의 집’에서는 전종서가 또 어떤 톡톡 튀는 매력으로 강렬함을 남길지 기대감이 쏠렸었다.
그러나 전종서는 대중들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늘 계획과는 어긋나는 선택을 하는 베를린(박해수 분)을 견제하고, 교수(유지태 분)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극에 안정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소화한 것. 전종서 또한 원작과는 다른 길을 가는 도쿄를 보며 낯설다는 생각을 했지만, 오히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만족했다.
“원작과 캐릭터와의 비교보다는 앞서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가장 많이 달라 그 부분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사고 안 치고 얌전한 느낌의 캐릭터를 연기해보지 않았었다. 이런 유형을 처음 연기하는 데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면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그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께서 목소리 톤이 낮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주셨고, 그래서 목소리 톤을 낮게 가져가고 연극적으로 연기를 하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이 여러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케이퍼 장르 ‘종이의 집’과 어울리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3인 이상이 호흡을 맞추는 작품은 처음인 전종서였지만, 이렇듯 큰 그림을 보며 함께 어우러지기 위해 노력했다.
“한 번에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다양한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이 설렜다. 한 명 한 명의 작고 큰 연기들이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내가 돋보이기보다는 잘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매력적인 작품들은 만나봤고, 앞으로도 만날 것이지만 ‘종이의 집’은 전체적인 그림이 재밌기를 바랐다.”
북한 이주 노동자 역할을 맡은 만큼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도쿄가 북한 사투리를 쓰지 않는 것에 의문을 가지기도 했지만, 이 또한 캐릭터의 배경을 고려하고, 또 의논하며 한 결정이었다.
“나도 당연히 북한말을 사용한다고 생각했는데, 미팅에서 감독님과 제작진이 서울말을 요청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북한의 20대 소녀가 서울로 온다면 빨리 서울말을 습득할 거라고 하시더라. 하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부분이나 말끝 어미에 북한의 어조를 가져갈 수 있도록 신경을 쓰기도 했다.”
이렇듯 새로운 도전들이 담긴 ‘종이의 집’이지만, 원작과 지나치게 전개가 유사해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유발하기도 했다. 부정적인 의견이 오가는 것에 아쉬움이 남을 법도 했지만, 전종서는 혹평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며 파트2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파트2 가 훨씬 더 재밌는 것 같다. 조금 더 집중되고 개개인의 이야기가 담긴다. 좀 더 빠르고 스릴 있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파트2가 빨리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재밌으니 조금 더 기다려주시고 꼭 봐주셨으면 한다. 호불호는 계속 공존할 것 같다. 아직 ‘종이의 집’을 보지 않은 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보시는 분들이 늘어나면 반응은 더 다양해질 것 같다. 그래도 좋게 봐주는 분들이 많았으면, 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게 소망이다.”
‘종이의 집’에서 보여준 의외의 모습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자신의 반전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예고했다. 개성 넘치고, 눈에 띄는 캐릭터가 아닌, 도쿄처럼 대중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현실적인 캐릭터도 원했다.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는 전종서가 ‘종이의 집’ 이후에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많다. 아직 보여드리지 않은 모습이 많다고 생각한다. 어떤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왔다 갔다 하고 싶다. 무서웠다가, 귀여웠다가, 또 사랑스러웠다가. 다양한 걸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