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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배우발견㉙] ‘무륵’ 류준열, 청춘으로 날아올라 배우로 성숙


입력 2022.07.17 08:36 수정 2022.07.17 08:36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도사 무륵 역의 배우 류준열 ⓒ이하 CJ ENM 제공

일찌감치 한 작품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아 자연 나이보다 다소 앞서가며 무거워 보였던 류준열이 ‘청춘’을 회복했다.


영화 ‘외계+인’(감독 최동훈, 제작 케이퍼필름, 배급 CJ ENM)에서 배우 류준열은 도사 무륵을 맡아 하늘을 가르고 땅을 울리며 종횡무진 활약한다. 무륵은 그간 류준열이 만들어낸 어떤 캐릭터보다 호쾌하다. 무륵을 빚은 비결을 지난 15일 서울 삼청로 카페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인물 자체가 재미없는 건 하지 않으려 해요. 재미있는 인물을 찾아다니고 (맡게 되면) 재미있게 표현하려 합니다. 관객분들도 극장에서 ‘외계+인’ 보고 돌아가시면 삶이 유쾌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무륵은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도사도 아니면서 유쾌하게 지내잖아요, 그게 좋아요. 대단한 사람인 척 ‘체’하는 데, 중간중간 실제 모습이 보이는데 그걸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잖아요. 거기서 호쾌함이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륵은 인간을 탐구할 수 있고 나 자신을 탐구할 수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인간 탐구에 관한 얘기가 이어졌다. 연기를 하면서 그것이 사람으로, 자신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좋았다.


“그렇게 시리어스한(진지한) 건 아니고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한 가지 모습은 아니잖아요. 직장인으로서 회사에 있을 때 모습과 친구와 있을 때 모습, 아이의 엄마일 때와 혼자 있을 때 모습이 다를 수 있는데 어떤 사람은 그 다름을 힘들어해요. 저도 어느 순간에는 ‘척’하지만, 이것도 내 모습 저것도 내 모습으로 생각하려 해요. 그런 호쾌함을 이번에 무륵을 통해 조금 더 배운 것 같습니다.”



평범한 우리를 대변하는 캐릭터, 무륵 ⓒ

SF판타지와 사극이 접목된, 고려시대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의 문’이 열린, 말하자면 비현실적 도사 연기를 하면서 추상적이든 구체적이든 관객의 일상을 생각하고 자신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이유가 문득 궁금했다. 보다 현실적 연기를 위한 것인지 영화라는 것의 탄생 자체 목적이 관객에게 보여주는 대중예술이기 때문인지, 어느 쪽일까.


“둘 다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오락영화를 넘어서 보고 남는 게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한 인물에 대해 공감하며 영화를 보고, 집에 가서 돌아봤을 때 그 인물이 나로 보이게 하는 게 영화의 큰 몫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데요. 무륵이라는 캐릭터는 인간을 잘 대변하는 역할이기도 하면서, 그것을 유머러스하게 풀어서 영화를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겁게 보시도록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영화라고 하면, 심각하게 세상을 시사하기도 하고 비꼬아 투영하기도 하고 유머로 풀어서 대변할 수도 있는데, 우리 영화는 세 번째이고 특히나 무륵은 그런 인물인 거죠. 할리우드영화에 외계인 나오는 SF가 우리의 사극과 합쳐질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여러 재미있는 시도들이 영화 안에 잘 담긴 것 같아 기분 좋습니다.”


우리가 영화 ‘외계+인’을 통해 만나는 무륵은 감독 최동훈이 구상한 그대로일까, 배우 류준열이 보탠 지점은 어디부터이고 무엇일까.


“뭐가 감독님이 만들고 뭐를 제가 만들었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화를 많이 했어요. 감독님께서 ‘이번 영화에서는 한 인물이 성장해 가는 모습이 보이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저 역시 하찮은 인간이 큰일을 해내는 과정에 있어서 성장의 모습이 영화에 담기길 바라며 연기했고요. ‘인간이 해결할 거야’라는 대사가 와닿았었어요. ‘특별한 인간’이 아니라 인간, ‘기계생명체’가 아니라 인간, 외계인이 아니라 인간, 그 인간을 무륵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유려한 경공, 와이어액션도 이쯤 되면 예술 ⓒ

‘외계+인’은 SF판타지 액션영화다. 속도감 있고 신선한 액션이 눈을 즐겁게 하는데, 무륵 역시 한몫했다. 특히나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경공액션이 멋진데, 와이어를 달고 했을 것임이 짐작되면서도 무륵이 부리는 도술로 보일 만큼 유려하다. 액션스쿨에서의 수업은 당연하고, 와이어 아래서 자유로워 보이는 비결이 궁금했다.


“벌써 2년 전이네요, 기계체조를 배웠어요. 무륵의 앞구르기, 백덤블링 정도는 내 몸으로 자연스럽게 하는 몸이 되고 싶었어요. 평소 운동 좋아하고 잘하는 편임에도 엘리트 체육인이 다루는 본인의 몸은 아예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인간의 몸이지만 경이로운 순간들이 있잖아요, 올림픽 등에서 보듯이요. 그런 경험을 해 본 순간이 있었어요. 배울수록 체육인들에게 경외심이 일었습니다.”


기계체조 수업은 최동훈 감독의 주문이었느냐는 물음에 류준열은 “당연히 스스로 한 거지요. 감독님들은 배우를 괴롭히지 않아요, 배우 스스로 하는 거지요”라고 답했다. 부상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와이어액션은 안전한 연기이고, 줄이 끊어지지 않는 이상 사고 없어요. 그 부분에 심혈을 기울여서 안전하게 촬영해서 발 한 번 삐끗한 적이 없어요.”


“액션이 저한테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과부하가 돼서 되레 몸을 뻣뻣하게 만들어요. 연기도 마찬가지네요. 잘될 거야, 좋은 감독 계시고 좋은 선배들 계신데 믿고 가면 되지! 거기서 나오는 믿음으로 ‘외계+인’에 임했습니다. ‘도는 갈고 닦아서 깨닫느냐, 문득 깨닫느냐’라는 무륵의 대사에 비쳐 보면 (무륵처럼) 저도 후자인가 봐요. 감독님이 제게 ‘슛 배우’라고 말씀하셨어요, 연습할 때 설렁하다 슛 들어가면 잘한다고요. 문득 깨닫는 순간들이 있었던 거죠.”


배우 류준열 ⓒ이하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류준열에 무륵이 겹쳐 보이는 답변들, 하나 된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난 2015년 영화 ‘소셜포비아’로 데뷔한 이래 가장 어려웠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골똘히 생각하던 류준열은 이제 관객을 만나려는 ‘외계+인’, 그리고 현재 촬영 중인 ‘머니게임’을 들었다. 과거의 미숙했던 어느 때가 아니라 지금이 가장 어렵다는 답에서 되레 배우로서의 성숙이 보였다.


“무륵이 그중 하나예요. 헐렁해 보여서 가벼워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무언갈 꽉꽉 채우려 노력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좋았고요. 배우 준비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쌓아놔야 배역을 맡았을 때 표현하기에 좋은데, 이번 기회에 저에 대해 또 알게 된 거예요. 다른 하나는 지금 촬영하고 있는 ‘머니 게임’이에요. 어떤 점에선 무륵과 닮은 지점이 있는데, 어떤 한 청춘을 개발한다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청춘이라고 하는 단어를 사랑하고, 철들기 싫고 애쓰기 싫어서 버텨가는 중이에요. 저절로 청춘은 아니고 유지하려 애써야 하는 삶의 포인트 지점에 선 것 같은데요. 한편으로는 뭐가 부담스럽고 뭐가 두렵나 생각하면서도 청춘을 잃는다는 것, 철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지양하고 피하려 해요(웃음).”


인터뷰 말미에 이를수록 곤란할 수 있는 질문을 했는데 류준열은 즉답했다. 평소 생각해 왔다는 얘기다. 류준열은 무엇에 능한 배우인가요?


“저는 작품을 고를 때 무조건 작품만 봐요. 그런 신념 하나가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은 이랬다저랬다 변덕스러울 수 있지만, 축은 그대로 있어 흔들리지 않고 왔다고 생각해요. 누가 보기엔 좋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길이지만 저는 좋다고 생각하고 걸어왔어요. 그걸 팬 분들이 아시고, 일희일비하지 않고 봐주세요. 그게 계속 일을 하고 관계자들과 잘 지내는 비결이 아닌가 합니다.”


멋을 아는 배우, 따뜻한 사람으로 남고 싶은 류준열 ⓒ

팬들이, 한국 영화계가 류준열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역할을) 가리지 않고 하는 거요(웃음). 팬들은…, 비슷한 것 같아요, 팬분들과 제가. 제 팬들이 멋있어요, 그분들도 저의 멋스러움을 보는 것 같아요. 제 팬에 대한 프라이드(자부심)가 있어요. ‘저를 좋아하신다고요? 독특한 취향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우리끼리 통하는 멋이고, 멋을 보여드리려 노력해요. 저 역시 즐겨 보는 작품의 감독과 배우의 팬이 되는 것처럼, ‘외계+인’ 같은 새 작품을 보고 또 (저의) 멋을 발견하고 오신다면 언제든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웃음).”


동기상구, 같은 기운이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를 끌어당기듯 류준열은 자신을 좋아하는 팬들과 자신을 ‘멋을 아는 사람들’로 한데 묶었다. 겸손이기도 하고 자부심이기도 한 ‘멋’ 발언이 멋지게 들렸다. 질문을 하나 보탰다. 후일 대중이 류준열을 어떤 배우였다고 기억해 주기를 바라나요.


“늘 따뜻한 배우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왔는데, 지금은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따뜻한 사람을 많이 만나며 저도 변하는 기회가 됐어요. 따뜻함 속에 문득 깨닫는 도를 통해 변했고, 주변에서도 제가 변했다고 말해 주세요. 영화를 찍으며 제가 배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어요. 감사한 일이죠.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질문은 ‘묻지 않은 것’, 배우 류준열이 말하고 싶은 것을 물었다.


“한국영화를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요즘 한국영화, K-콘텐츠 대단하잖아요. 최근 해외 셀럽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윔블던 테니스 관람석에서 만난 톰 히들스턴고 앤드류 가필드) K-콘테츠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외계+인’에 대해 설명하니 SF판타지와 고전 사극의 만남을 흥미로워했어요. 할리우드 대작만, 한국 작품만…이 아니라 다 같이 잘되자 분위기로 얘기 나누니 너무 좋더라고요. 집에서 혼자 보는 영화와 극장에서 같이 보는 영화는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거리두기가 해제된 만큼 다시 극장에서 함께 보며 ‘그래, 이게 영화지!’ 하는 시간이 지속될 수 있도록 많이 사랑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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