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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배우발견㉚]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연기가 나온다, 김우빈①


입력 2022.07.21 13:54 수정 2022.07.21 18:12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배우 김우빈 ⓒAM엔터테인먼트 제공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연기가 나온다. 카리스마 넘치지 않아도, 뽐내지 않아도, 도드라지지 않아아 눈이 놓치고 머리가 알아차리지 못해도 관객은 마음으로 안다. 배우 김우빈의 연기가 그렇다. 아프고 나더니 더욱 그렇다. 영화 ‘외계+인’,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이뤄진 영화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 제작 케이퍼필름, 배급 CJ ENM, 이하 ‘외계+인’) 인터뷰를 김우빈은 귀여움으로 시작했다.


“(영화 ‘외계+인’) 처음 볼 땐 땀이 났어요, 귀에 열이 오르고. 다른 분 장면 나올 때 좀 진정이 됐고요. 언론 시사일, 다른 관에서 처음으로 관객으로 영화를 왔어요. 너무 즐거웠어요, 너무 많이 웃었고. 제 장면에서는 역시나 땀이 났고요. 촬영 현장에 없었던 장면이 많아서 관객으로 즐겼습니다.”


그때그때 다시 귓불이 빨개지고 진땀이 나는 듯한 모습, 또 즐거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면서 어쩜 이렇게 공백기가 느껴지지 않을까, 에너지 비축이 잘돼 있구나 싶었다. 비결은 먼저 촬영한 ‘외계+인’에 있었다. 한꺼번에 최소 2개, 많게는 4개 작품 찍은 효과를 볼 만큼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가드와 썬더, 한 영화에서 다양한 모습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여서 반가웠어요. 처음엔 가드만 제 역할로 얘기됐었는데, (최동훈) 감독님께서 어느 날 ‘썬더도 자기가 해 주면 좋겠어’라고 말씀해 주셨고, 그때부터 매일 기대감이 생겼어요. (투병으로) 몇 년 조용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동안 기운이 중간쯤 있었다면, 기운이 위로 올라갔어요. 특히 썬더를 연기할 때 신났고, 즐기면서 했습니다.”


영화 '외계+인'의 가드 ⓒ이하 CJ ENM 제공

가드와 썬더의 대화는 김우빈과 김우빈이 마주 본다. “공간에 대고 하는 연기가 무섭기도 하고, 내 상상이 못 미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하지만 현장에 가니 너무 많은 준비가 이미 돼 있었고, 감독님도 설명을 충분히 해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저뿐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SF 판타지니까 배우나 스태프 모두가 ‘모르는 길 찾아가자는 느낌’으로 열심히 했습니다. 아, 영화는 역시 다 같이 만드는 거구나! 다시 한번 깊이 느꼈어요.”


썬더는 사람보다 능청스러운 기계생명체이고 총천연색으로 반짝인다면, 가드는 사이보그이고 흑백의 느낌인데 어딘가 인간미가 느껴지고 멋지다. 배우 김우빈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인간과 기계의 사이, 어디쯤 놓고 표현하고자 했을까.


“외계+인이라는 영화 제목을 처음 감독님께 들었을 때, 나는 플러스(+)쯤 되는 위치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저에게는 그게 더 와닿았어요. 원래는 썬더를 제가 목소리도 연기하는 걸로 하고 녹음해 보기도 했어요. 워낙 저음이다 보니 대명이 형(현재 썬더 목소리를 연기한 김대명)의 깨끗하고 아이 같은 느낌을 내기 힘들더라고요. 감독님과 많은 고민 끝에, 감독님이 ‘김대명 배우에게 맡기면 어떨까’ 말씀하시는데 해답을 만난 느낌이었어요.”


“(김대명 합류 전) 감독님도 촬영장에서 썬더 목소리를 스피커로 해 주셨는데, 워낙 연기를 잘하셔서 제가 그 목소리에 맞춰 연기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다만 감독님도 저처럼 저음이셔서(웃음). ‘감사하게도’ 대명이 형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촬영 중이었음에도 현장에 오셔서 목소리 연기를 해 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김우빈은 ‘다행히’라고 말했다가 ‘아이고 다행히 아니고 감사하게도!’라고 고쳐 말했다. ‘다행히’는 본인 입장의 편의이고 ‘감사하게도’는 상대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임을 명확히 아는 것이고, 그런 부분에까지 마음을 쓰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 김우빈이 근사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최동훈 감독 얘기로 넘어갔다.


배우 김우빈을 못 본 결핍은 갈증을 부르고, 그이의 소중함을 알게 했다.ⓒ

“감독님은 배우와 소통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에요. 제가 ‘감독님 썬더가 말이에요’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면 다 들어 주시고 의견을 주세요. 그런 과정들이 오래 지속됐어요. 많은 시간 속에서 캐릭터가 뭉쳐져 가드도 되고 썬더도 됐습니다. 감독님은 정말 너무 든든한 분이고, 믿음을 100% 주시는 분이에요. 이래서 사람들이 최동훈 감독님을 다시 만나고 싶어 하고, 작업하고 싶어 하는구나, 절감했죠.”


“일단 열정이 많고, 어느 한 컷 허투루 지나시지 않아요. 촬영한 장면들이 편집과정에서 날아가지 않게 초 단위까지 염두에 두시고 촬영을 진행하세요.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만든 장면이 아까워서 날아가지 않게, 그런 것에서 우리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배우들에 대한 애정은 얘기할 게 정말 많은데. 배우들이 편안하게 디렉션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하세요. ‘컷’하시곤 뛰어오세요, 다른 스태프 듣지 않게 조용히 대화하셔요. 그것도 너무 부드럽게, ‘지금 이 장면은… (속닥속닥)’. 자존심 세워 주시는 거잖아요, 그 사랑이 너무 느껴져요. 스태프에게도 그러세요. 최 감독님, 에너지 좋잖아요, 밝고. 그 에너지가 전해져 우리에게, 배우에게 스태프에게 다 전해져서 현장 분위기가 날아다녀요~ 기분 좋게!”


‘외계+인’을 보면 영화를 주도하는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의 어울림이 좋다. 여기에 염정아+조우진 콤비, 김의성, 유재명을 비롯해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탄탄히 받쳐 주니 작품이 단단하다.


“또래 배우들의 고민이 있어요, 비슷한. 또 작품 얘기도 하게 되고. 지역 촬영이다 보니 촬영 없는 날 다른 사람 촬영 보러 가고, 와이어 등 준비시간이 긴 현장이다 보니 10분 촬영하고 1시간 대기할 때 수다 떨고 장난치고 다른 배우 연기 모니터로 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금방 가까워졌어요. 또래 배우들뿐 아니라 선배님들까지 다 너무 좋은 분들이셔서, 마음 잘 맞아서 ‘외계+인’ 촬영은 행복한 여행한 느낌이에요.”


“준열이 형과 태리가 저의 첫 촬영에 와 줬어요. 오랜만에 촬영장에 온 걸 환영해준 느낌이었죠. (영화 중) 택배기사 그 세트였는데, 그날이 몽글몽글 생각나요. 그때 고마웠다고 연락했어요, 그 마음 잊지 않겠다고.”


까르페디엠, 내일을 위해서 오늘의 행복을 양보하지 말자 ⓒAM엔터테인먼트 제공

“촬영 중 쉬는 날 헬스장에 가곤 했는데 준열 형도 운동하러 가고요. 중간에서 만나서 밥이나 먹을까 하다가 시간이 애매해서 차나 마시자 됐고, 서너 시간 남자 둘이 차 한 잔 시켜 놓고 수다를 떨었어요. 되게 뭐랄까 대화가 잘 통했어요. 그의 마음도 잘 느껴지고, 저도 제 마음 전달하려 노력했고. 형이 (촬영 중) 아프지 않았으면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들이요, 태리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배우들도. 와! 서로 이렇게 아낄 수 있나, 싶을 만큼 1년 넘게 긴 시간을 촬영해서 그런지 마음이 깊어졌어요.”


“긴 기간 내내 촬영한 건 아니고요, 고려 시대 쪽 촬영할 때는 한두 달 쉴 때도 있었어요. 흐름이 깨지지 않을까 했는데 중간중간 촬영장 놀러 가고 하니 시간이 금방 갔어요. 단점만은 아닌 게 회복이 되고, 푹 쉬니까, 쉬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행복했어요.”


김우빈은 인터뷰 동안 ‘행복하다’ ‘감사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썼다. 주변 분들의 영화 관람평을 전할 때도 그랬다. 김우빈은 변화의 계기로 투병에 따른 공백을 말했다.


“너무 좋다, 재미있다, 는 평들이 많았어요. 썬더를 귀여워해 주셔서 기분 좋았고요. 친분 없는 분들도 재미있게 봐주시고, 캐릭터들 다 좋아해 주셔서 너무 행복했어요.”


“이전엔 미래에 살았어요. 나아질 나를 위해 채찍질하고 운동하고, 잠 안 자고 운동하고 대본 보고…. 1년 뒤 10년 뒤, 더 좋은 사람 좋은 배우 되려고요. 그랬더니 그 과정이 잘 생각나지 않는 거예요, 그 과정에도 즐거움이 있었을 텐데. 아쉬워요. 이제는 현재에 집중하려 해요. 연기에도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연기하는 상황, 상대 배우, 내 캐릭터의 마음에 집중하려 하니 일도 더 재미있고, 일상도 더 행복하고, 그렇습니다.”


[홍종선의 배우발견㉚]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연기가 나온다, 김우빈➁로 이어서…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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