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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배우발견㉚]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연기가 나온다, 김우빈➁


입력 2022.07.21 13:54 수정 2022.07.21 18:10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배우 김우빈 ⓒ이하 AM엔터테인먼트 제공


[홍종선의 배우발견㉚]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연기가 나온다, 김우빈①에 이어서…


평소에도 인터뷰 내용을 가능한 화자의 말투대로 전하려 애쓰지만, 배우 김우빈은 특히 그러고 싶다. 그의 말을 통해 영화 ‘외계+인’과 김우빈이 표현한 캐릭터 가드와 썬더, 최동훈 감독과 함께한 배우에 관한 이해가 한 치라도 깊어진다면 감사한 일이고 우선은 단어와 문장 마디마디에 배어 있는 사람 김우빈의 마음과 생각을 잘 전하고픈 열망에서다.


영화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 제작 케이퍼필름, 배급 CJ ENM, 이하 ‘외계+인’) 인터뷰 현장에서 느꼈던, 이런 마음을 쓰며 살고 있어서 넉넉한 가슴으로 상대를 품는 연기를 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가능한 누수 없이 공유하고 싶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필력의 부족에 이유가 있다.


인터뷰 질문지를 준비하면서, 요즘처럼 일대일이 아닌 라운드 인터뷰에서 질문할 수 있을까 우려하면서도 적어간 질문이 있었다. 영화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있는 질문, 하지만 꼭 묻고 싶었다. 어린 시절의 김우빈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나요, 가장 즐거워한 일은 뭐였어요? 동료 기자들보다 김우빈이 먼저 당황했다(^^). 어린 시절이라 하면 어느 정도의 때일까를 묻는 그에게, 질문을 들었을 때 딱 떠오른 그때, 스스로 인상적인 시기라고 답하면서 초등시절이든 중등, 고등시절이든 좋다고 덧붙였다.


질문의 배경에는, 어떤 유년 시절을 보내면 이렇게 반듯한 어른과 배우가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우리는 흔히 결과를 롤-모델로 삼고 자기 방식으로 아이를 교육한다, 실은 결과를 가져온 과정에 참고해야 할 방법이 있다. 대답을 시작한 김우빈에게서 당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어머니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시고. 항상 수줍고 낯을 많이 가리는 친구였던 것 같아요. 제가 유치원 때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머니가 말씀해 주셨는데. 유치원 때 단체로 생일파티 몰아 할 때 부모님께 절하고 이러는 게 있는데, 저 혼자 못했대요. 인사도 잘 못 하는, 하고 싶은데 쑥쓰러워서 못하는. 모델 일을 꿈꾸면서 달라진 것 같아요. 마음속에 사람들에게 밝게 다가가고픈 마음은 있었는데, 일하면서 겉으로 드러나고 표현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친구들이 종종 상담을 청해 오는 아이였어요. 귀 기울여 잘 듣고, 그 친구의 장점과 응원이 되는 얘기를 했어요. (아프기 전에는) 남에게는 좋은 소리 다 하면서 스스로에게는 ‘왜 이것밖에 안 돼’ ‘왜 벌써 피곤해해’ 채찍질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큰일 맡겨 주셔서 기대에 부응하고자 저를 목 졸랐던 것 같아요. 좀 슬프더라고요. 요즘 저를 칭찬 많이 해 줘요. (양팔을 엇갈려 어깨를 두드리며) ‘너 오늘 고생했다’. ‘사랑한다’는 말도 쑥스럽지만 해 주려 하고요. 저를 사랑하니 남도 더 사랑하게 되고, 스트레스도 덜해지고.”


“스트레스는, ‘왜 내 생각과 다를까’의 스트레스는 내가 맞다고 생각하니까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옛날 같으면 열 번 화날 게 한 번 화나고, 누가 맘먹고 저를 화나게 하려 하면 화나겠지만, 화가 잘 나지 않아요. 행복하게도요.”


진정한 변화는 성숙으로 이어진다. 아프지 않았어도 김우빈은 깊어졌을 것이다. 아팠고 더 멋져졌다 ⓒ

혹시나 불편할까 봐 누구랄 것 없이 투병 얘기는 묻지 않았음에도 김우빈은 목적어의 고유명사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전과 후에 대해 스스럼없이 솔직하게 밝혔다. 일테면, 무엇에서 에너지를 얻느냐는 질문에 ‘사람’이라고 답하면서, 그 전과 후의 변화 얘기가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사람이요. 스무 살쯤엔 아무것도 모르니까 더 많은 사람을 알려 하고, 궁금해하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어요. 그 에너지를 지금은 내 사람들에게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거 지금도 좋지만, 가족 또 내 친구들에게요. 예전엔 가까운 사람을 2순위에 놓고 일로 만나는 사람을 1순위에 놨어요, 쉴 때도 일 생각하고. 지금은 내 앞에 있는 내 사람들에 집중하고, 지금 대화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느껴보려 하고요.”


“예전에는 한 시간을 얘기해 놓고도 상대방이 뭐를 입었는지 기억도 안 날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관찰하려 해요. 지금만 해도 기자 분들 뭐 입고 계시고 어떤 표정이구나, 오롯이 지금에 집중하는 느낌으로 살고 있어요. 잘살고 있는 느낌이고, ‘행복지수’가 굉장히 올라간 느낌이에요.”


결초보은. 최동훈 감독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갑니다 ⓒ이하 CJ ENM 제공

사람 김우빈의 마음에 최동훈 감독이 크게 자리 잡아 보였다. 틈이 나고 기회가 되면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어 했다. 집중하는 ‘내 사람들’에 최 감독이 있다.


“2019년 1월에 제안받아 영화 ‘도청’을 하기로 했었고, (저로 인해) 프로젝트가 중단됐는데 감독님께서 ‘몸 회복에만 집중해라’ 말씀해 주셨어요.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인데도 큰 결정을 내려 주신 거예요. 회복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감독님의 그 결정이 큰 힘이 됐어요. 건강해져서 꼭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요. 약속을 지키고 싶었어요.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혼자 하시는 일이 아닌데. 감독님의 결정에 동의해 주신 배급사에도 감사하고요.”


보답하고픈 마음을 회복의 에너지로 쓰는 사람 김우빈. “쉬는 동안 몸이 회복됐고, 이쯤이면 복귀 생각해 봐야겠는데 하던 때, 시나리오는 계속 들어왔어요, 소속사로. 최우선으로 최 감독님 작품을 할 생각이었기에 다 거절했어요. 부탁받은 시나리오는 물론 봤지만, 그것도 다 거절했어요.”


“그러던 시기에 감독님도 ‘외계+인’ 시나리오를 쓰셨어요. 집에 놀러 오셨어요, (부인인) 안수현 대표와. 질문해 주셨어요, 건강 상태에 대해서. 회복 단계라 하니 ‘아, 그러면 가드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말이야’ 하셨고요. 내가 복귀할 때쯤 감독님이 나를 필요로 해 주신다면 무조건 달려간다, 카메오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는데. 시나리오를 보든 안 보든 상관없는데, 겸손한 분들이라 시나리오를 주셨고 결정했느냐 물어주셨어요. 당연히 달려가겠습니다! 그렇게 가드를 맡게 됐고, 제가 한다고 하자 애초보다 분량도 늘어나고 멋있는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맞다. 가드일 때 멋있고 썬더일 때 매력이 넘친다. 시나리오에 적혀 있지 않아도 배우의 인성은 캐릭터에 현실감각의 옷을 입힌다. 좋은 사람이 착한 역을 해야 더 선하게 다가오고, 좋은 사람이 악역을 해야 더 섬뜩하다.


눈물을 참기 힘든 고마움, 꼭 건강하세요 ⓒ

자신의 배역에만, 그 표현에만 집중하지 않고 찬찬히 관찰하고 살피며 생각하고 움직이는 배우 김우빈이어서 묻고 싶었다. 영화 ‘외계+인’,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요.


“최동훈 감독님을 보면서, 대화할 때 어떤 그런, 뭐라고 해야 하나, 상대를 편하게 해 주는 느낌. 제가 할 수 있다고는 말씀 못 드리지만, ‘그게 좋은 거구나’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워낙 큰 작품이라 스태프가 많았어요, 그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이분이 이렇게 행동할 때, 받는 나는 기분이 좋구나’를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사람들에게서 받는 게 많았던 현장이었습니다.”


“‘우블’은 선배님들과 촬영을 많이 했어요. 좋은 선배는 이런 거구나, 닮고 싶고. 그분들의 연기를 관객처럼 앞에서 본 순간들이 너무 좋았어요. 고두심, 김혜자 선배님 서 계시기만 해도 눈물이 나고, ‘경이롭다’는 표현을 이런 때 쓰는 건가. 그분들과 함께 연기한 게 저의 자랑입니다.”


무엇에서든 배움을 길어 올리는 ‘일상의 철학자’, 특히나 사람의 말과 행동을 자신의 교과서로 삼고 ‘연기 마스터’들과의 연기 경험을 ‘자랑’으로 삼을 줄 아는 사람. 역시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연기가 나온다.


끝으로 부침 속에서도 곁을 지켜 준 팬들에게 마음을 남겼다.


“항상 더 좋은 표현 하고 싶은데, 감사하다는 말밖에 안 떠올라요. 서운하고 아쉽게 표현하는 게 감사하다는 말이네요. (기운을 불어넣듯 힘을 주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힘 받고 있고, 그들 마음을 잘 느끼고 있고. 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제가 늘 부족한 사람인데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를 주셔요, 그래서 또 한 번 감사하고.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아쉬운 마음. 이번에 오래된 팬 분들 만나는 자리가 있었는데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어요.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꼭 써 주세요.”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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