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백화점 채널 영업조직 각 브랜드 산하로 이관
국내외 각각 운영되던 면세 사업부도 하나로 통합
에스쁘아·이니스프리 등 계열사 대표 교체…"조직 쇄신"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로 면세 채널이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도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변화와 혁신을 꾀하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고객중심의 브랜드 전략을 공고히 하고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내달 1일자로 조직개편을 실시한다.
통상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매년 말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해왔지만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경영주기를 12월에서 6월로 바꿔 하반기에 조직개편을 실시하게 됐다.
이번 조직개편은 계열사 아모레퍼시픽 내 백화점 디비전으로 통합돼 있는 백화점 채널 영업조직을 각 브랜드 산하의 영업조직으로 이관하는 게 핵심이다. 브랜드의 전문성을 높여 특화된 고객 경험을 강화하겠다는 각오다.
또한 국내와 글로벌로 각각 운영했던 면세 사업부를 하나로 합쳤다. 국가 간 경계가 사라진 채널 환경에 유연하기 대응하기 위해서다.
각 지역의 영업팀을 본사 영업사업부로 통합해 고객 관점에서 영업 기능을 일원화하고 채널 전문가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코스비전, 에스쁘아, 이니스프리 등 계열사 대표 교체 카드도 꺼내들었다. 코스비전은 유승철 대표, 에스쁘아는 이연정 대표, 이니스프리는 최민정 대표가 각각 선임될 예정이다.
이처럼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조직 쇄신을 꾀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화장품 시장이 위축되면서 면세점 부문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도 소비 심리 위축과 브랜드 간 경쟁 심화로 입지가 크게 흔들리며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조2628억원, 17172억원으로 각각 9%, 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해외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6.1% 19.5% 급감한 4199억원, 42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핵심 해외시장인 중국에서 매출이 10% 가량 줄었다.
2분기 실적도 중국 화장품 시장 위축과 면세 채널 판매 부진 등으로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 넣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 초 ‘위닝 투게더’의 경영 방침 아래 ▲강한 브랜드 ▲디지털대전환 ▲사업체질 혁신의 3대 추진 전략을 실행 중이다.
강한 브랜드의 완성을 위해 엔진 상품 육성, 데이터 기반의 고객 대응 강화, 더마와 웰니스 등 잠재력 있는 비즈니스 확장을 꾀하고 있다.
또한 커머스, 콘텐츠, 커뮤니티의 역량을 높여 팬덤을 구축하고 디지털 기술을 통한 미래 성장 기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영토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대표 브랜드 설화수와 라네즈를 앞세워 북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올 1분기 아모레퍼시픽 북미 사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증가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온라인 쇼핑 행사인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 참가해 역대 최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라네즈는 아마존 뷰티&퍼스널케어(Beauty&Personal Care) 부문 전체 1위(판매 수량 기준) 브랜드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이니스프리는 세포라 등 멀티 브랜드샵(MBS)과 이커머스 중심의 영업 기반을 늘리고, 라네즈는 입점 채널에서의 경쟁력을 높여 주력 상품인 립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매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진정한 브랜드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변화하는 고객 및 시장 환경 중심의 체질 개선을 이룸으로써 비전 달성을 향한 도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