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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100억원 짜리 이사…‘조직 해체론’ 기폭제 자충수


입력 2022.07.30 05:30 수정 2022.07.29 11:46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재부, 10월 준공 예정 새 청사 입주

민간 건물 임차 중인 다른 부처 ‘당황’

기획·예산·재정 움켜쥐고 ‘상관 노릇’

과도한 권한 탓 해체론 끊이질 않아

오는 10월 완공 예정인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건물 모습. ⓒ장정욱 기자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고 했다. 최근 기획재정부 행태가 그렇다. 가뜩이나 막강한 권한으로 ‘기재부의 나라’, ‘기재부 공화국’ 등 곱지 않은 시선이 많은데 이번에는 자리 욕심까지 부려 화를 키우고 있다.


오는 10월 준공하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기재부와 행정안전부가 입주하기로 했다. 정부청사관리본부 청사기획과는 지난 17일 중앙동 입주 기관으로 기재부와 행안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청사관리본부는 입주 기관 선정 이유로 ▲우수한 접근성에 따른 다부처 연계성 ▲대내외 민원이 많은 기관 배치로 방문객의 이용 편의 제고 ▲임차 비용 절감 및 세종청사 재배치에 따른 행정 효율화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 부처 가운데 14곳은 정부세종청사 공간 부족을 이유로 민간 건물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민간 건물에서 일하는 직원 수만 3500여 명에 이른다. 행안부처럼 일부 부서만 민간 건물을 쓰기도 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인사혁신처, 중소벤처기업부처럼 부처가 통째 민간 건물을 임대해 쓰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오는 10월 지하 3층~지상 15층 규모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건물이 완공하면 민간 건물에서 셋방살이하던 부처들은 입주 기대가 컸다. 2018년 행정안전부 고시에 명시된 입주 대상 기관도 임차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는 행안부와 과기정통부였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신청사 입주를 위한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기재부와 행안부가 입주하는 것으로 결정하자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 반발이 쏟아졌다. 정부는 예산 절감을 위해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계획까지 바꿨는데, 정작 기재부는 100억원에 달하는 이사 비용을 들여 새 청사로 이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성주영 과기정통부 공무원노조위원장은 “기재부가 이사 가는 동안에 우리는 새롭게 기간 연장을 해서 임대하게 돼 약 30억 원 정도의 예산 낭비가 추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수현 행정수도완성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기재부 입주로 인해서 전형적인 혈세가 낭비되고 중요하게는 그 예산을 절감해서 대통령 임시 집무실도 설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결정은 기재부의 ‘과욕’이라는 비판이 많다. 청사관리본부가 밝힌 입주 기관 선정 이유만 봐도 그렇다. 임차 비용 절감 등을 생각하면 기재부의 새 청사 입주는 설득력이 없다. 기재부가 이사하는 비용만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기재부는 막강한 권한 때문에 수도 없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몇 해 전에는 외부 기관 파견 제도를 기재부가 독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7~2018년 고용 휴직·직무파견·국외연수 등 외부기관 파견 인원 비율이 10.3%에 달했다. 직원이 1000명 이상인 부처 가운데 1위로, 직원 10명 가운데 1명이 파견을 나갔다는 의미다. 2위 행안부 5.2%, 3위 산자부 2.6%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지난 대선 기간에는 기재부 해체론까지 나왔다. 기재부가 정책 기획과 예산 편성, 재정 집행 기능을 모두 가진 ‘공룡 부처’가 되면서 다른 부처들 상관 노릇을 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선거 당시 재정위원회 신설을 통해 기재부 기능 재편 필요성을 말한 바 있다.


기재부 스스로 능력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재정 당국 핵심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세수 추계에서 번번이 무능을 드러낸 것이다. 기재부는 최근 1년 남짓 기간에 모두 4차례에 걸쳐 세수 전망치를 크게 수정했다. 수정 세수 금액만 100조원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연이은 세수 추계 실패에 자료를 기재부가 사실상 독점하면서 내부 공무원들의 분석과 판단에만 의지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기재부가 거대한 권한을 바탕으로 정보를 독점해 스스로 폐쇄성을 키워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재부는 재정과 예산권을 무기로 모든 정부 정책에 개입하면서 집권 세력의 노동, 복지 정책 예산 편성과 집행을 재정 건전성이라는 논리로 무산시킬 수 있다”며 “경제적 효율성에 매몰된 경제정책 중심의 국정운영을 사회정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재부 관료독점 지배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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