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로 인해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알프스산맥의 유명 봉우리인 몽블랑(프랑스·이탈리아)·마터호른(스위스·이탈리아)·융프라우(스위스) 등을 향하는 등반 코스가 속속 폐쇄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5월부터 이어진 이상고온으로 유럽의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알프스 최고 인기 봉우리인 마터호른(4478m), 몽블랑(4809m)의 인기 탐방로 중 일부가 통제됐다고 전했다.
피에르 마테이 스위스 산악가이드협회 회장은 "현재 알프스엔 마터호른과 몽블랑과 같은 상징적 봉우리를 포함해 약 12개의 봉우리에 대한 출입금지 경고가 내려졌다"며 "보통 기온이 가장 높은 8월에 폐쇄되곤 했지만, 올해는 고온현상이 일찍 발생해 6월 말부터 7월까지 폐쇄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에 걸쳐 있는 알프스산맥의 봉우리들은 여름 동안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다만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와 영구 동토층이 녹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코스로 얼음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가 떨어질 위험이 커졌다.
실제 지난 3일 이탈리아 마르몰라다산맥 빙하가 갑자기 무너지며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아가 1984년 이탈리아 영토 위에 세워진 관광객을 위한 한 산장은 현재 3분의 2가량이 스위스 영토로 옮겨간 상태다. 이곳은 소속국에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관광산업의 핵심지라 이를 둘러싼 외교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수 전문가는 빙하가 녹으면 위험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빙하가 얼었을 때는 바위 같은 산악지형을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지만, 빙하가 녹으면서 융빙수가 빙하 밑을 많이 흐르게 되면 빙하 자체의 흐름이 빨라지고 산사태와 눈사태의 위험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빙하·산악 위험성을 연구하는 마일린 자크마르트 ETH취리히 대학교 교수는 "융빙수가 많아질수록 상황이 복잡해지고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