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하청 노조 파업 여파에 멀어진 경영정상화
피해액 약 8000억원 발생 및 선박 납기일 5주 지연
새주인 찾기 난항에 6년 만에 ‘분리매각’ 수면 위
조선업계 호황에도 하청노조 파업 여파로 대우조선해양이 좀처럼 웃질 못하고 있다.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액으로 정상화가 더 멀어진 것은 물론 분리 매각, 손배소 책임 공방 등 풀어야 할 과제만 산더미처럼 쌓인 상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전세계 선박 발주량 절반을 쓸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세계 선박 발주량 2153만CGT 중 45.5%(979만CGT)를 수주하며, 중국을 제치고 전세계 1위 탈환에 성공했다.
수주 호황으로 국내 조선업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대우조선해양에게는 먼 얘기다. 51일간 이어진 하청노조 파업 여파가 생각보다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 6월 2일부터 임금 30% 인상 등을 이유로 파업에 나선 하청노조는 하청업체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선박을 점거하고 농성을 펼쳤다.
이로 인해 선박 납기일은 5주 지연되고 7월 말 기준 약 8000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해 경영정상화의 발목이 잡혔다.
점거농성으로 지연된 선박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원청 직원 80%와 하청업체 직원 20%는 여름휴가를 반납하기도 했다. 선박 납기일마저 맞추지 못할 경우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최대한 기간을 맞추기 위해 공정을 시작했지만, 원만히 해결될지는 모르겠다”며 “한참동안 작업을 못해 인도 날짜를 확정짓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납기일을 모두 따라잡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매출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새 주인을 찾는데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 재무구조가 악화된 대우조선해양에 조업차질에 따른 자금난이 가중돼 새 주인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여기에 대주주 산업은행마저 추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 당분간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분리 매각도 6년 만에 수면위로 떠올랐다. 강석훈 산은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를 위해 분리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거론한 것이다.
산은은 지난 2016년에도 대우조선해양을 ‘굿컴퍼니’(우량자산)와 ‘배드컴퍼니’(부실자산)로 나눠 민수와 방산 부문을 분할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노조 반발, 운영 효율 악화 등으로 계획을 철회했다.
손해배상 등 후속조치를 둔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조 파업에 따른 피해액을 산정해 하청노조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보복일 뿐이라며,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노란봉투법’ 제정에 나섰다.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막자는 취지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우리는 이번 파업을 정당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당당하게 따지겠다”며 “법리적이로든 내용적이로든 정당성을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파업 여파로 경영정상화 시점은 불투명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르면 올해 안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하청업체 파업 등 여러 여건 악화로 흑자 전환 목표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미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파업 전부터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손실이 컸던 상황에 대우조선해양은 파업까지 겹쳐 손실폭이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흑자 전환이 가능할 지도 미지수”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