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100조 가까이 급증
코로나 건전성 관리 분수령
국내 4대 금융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운데 실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위험가중자산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대출이 크게 불어난 와중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면서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시행돼 온 금융지원 조치가 조만간 종료를 앞두게 되면서 금융권의 자산 건전성 관리도 분수령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그룹의 위험가중자산은 총 1044조89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 늘었다. 액수로 따지만 99조5060억원 증가한 규모다.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의 위험가중자산이 100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위험가중자산은 금융사가 빌려준 돈을 위험에 따라 다시 계산한 수치다. 대출금이나 유가증권 등 금융사가 보유한 자산을 유형별로 나눠 각각의 위험성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한 값이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선 KB금융의 위험가중자산이 307조728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4.0%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신한금융 역시 289조8065억원으로, 하나금융은 235조9211억원으로 각각 11.9%와 14.2%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우리금융의 위험가중자산도 211조4390억원으로 0.8% 늘었다.
금융권 자산의 잠재 리스크가 이처럼 몸집을 불린 배경에는 급속도로 확대된 대출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가계와 기업이 많아진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직후 제로금리에 힘입어 빚까지 내가며 자산 투자에 나섰던 빚투 열풍도 한 몫을 했다.
실제로 국내 은행권에서나 나간 대출금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2306조1349억원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2019년 말보다 22.6%(425조3335억원)나 증가했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개인사업자의 은행 대출이 430조679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7.2%(92조2252억원) 급증했다.
문제는 금융사의 위험가중자산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사상 처음 두 차례 연속으로 단행하는 등 통화 긴축이 강화되면서,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서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대출의 원화 환산액이 불어나면서 위험가중자산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
특히 오는 9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이 끝나면 그 동안 억눌려 온 대출 부실이 고개를 내밀 가능성도 크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4월부터 소득이 감소해 가계대출 상환이 곤란한 개인 채무자에 대해 원금과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는 금융지원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자본력 관리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대형 금융그룹들의 관련 지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4대 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말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은 평균 15.4%로 1년 전보다 0.5%p 떨어졌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산출한 값으로, 금융사의 자본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금융지원 만료 등 추가 리스크 요인이 예고돼 있는 만큼, 금융사로서는 선제적인 자본 확충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말했다.